숙제 쌓아둔 건보공단, '처벌 없다'며 이사장 선임 늦장

2023-04-09 14:33

[사진=아주경제DB]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법률에 명시된 이사장 선임 절차 기한을 넘겼다.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사장 선임 절차를 의도적으로 연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건보공단에 따르면 강도태 전 이사장이 사임한 지난달 6일 이후 건보공단은 현재룡 기획상임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강 이사장 사임 이후 리더십 공백이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 7일까지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신임 이사장 선임에 돌입해야 했다. 
건보공단 정관과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시행령 제23조는 임기 만료 외 사유로 인해 임원을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개월 이내 임추위를 구성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차기 이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 건보공단 측은 7일 아주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다음 주 중으로 이사회를 개최하고 임추위 구성을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법률이 정한 기한을 넘겨 절차를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지키지 않아도 페널티를 주는 규정은 없다”고 답했다. 

공운법 시행령 제23조는 원활한 행정을 위해 제정한 '훈시규정'이어서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처벌이 없다고 해서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은 명백한 모럴해저드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훈시규정이라고 당연하게 위반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다”며 공공기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했다. 

이사장 선임은 이사회의 임추위 구성 의결부터 출발한다. 이후 5명에서 15명 이내의 공단 내외 전문가 위원을 추려 임추위를 조직하면 이사장 후보자 공모를 시작한다. 임추위가 서류·면접심사를 거쳐 후보자 2~3명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추천하고 장관이 후보자 1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대통령의 최종 재가로 장관이 이사장을 임명한다.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소요되는 기한은 약 2개월이다. 8대 김용익 전 이사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건보공단은 2021년 10월 29일 후보자 공모를 시작했으며 후임인 강도태 전 이사장은 같은 해 12월 29일 최종 임명됐다. 이번주 중으로 이사회를 열어도 신임 이사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은 6월 전후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굵직한 과제를 쌓아두고 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의료계 6대 직능단체와 2024년 수가 협상에 돌입한다. 지난해 단행한 소득 중심 건강보험 부과체계 2단계 개편이 안착하기까지 추가적인 체계 손질도 필요하다. 지난달 국회에서 가까스로 5년 연장된 국고 지원이 일몰된 이후를 대비할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