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했는데 고작 3000만원이 면죄부?"…'위로 안되는' 위자료 어쩌나

2023-04-26 09:5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이혼한 부부 중 약 4분의 1이 재판 이혼을 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이혼 소송 당사자들이 유책배우자나 상간자를 상대로 청구한 위자료 소송도 늘고 있다. 재판 이혼 비중이 늘면서 청구한 금액에 비해 극히 적은 액수만 위자료로 인정해 온 법원 판결들이 도마에 올랐다. 

26일 아주경제 취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3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한 위자료 청구소송 203건 가운데 법원이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1000만~2000만원이 88건, 2000만~3000만원이 102건으로 나타났다. 3000만원 이상 위자료를 인정한 사건은 5건에 불과했다. 위자료 액수가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사건도 8건 있었다.
 
간통죄 폐지 후 위자료 증가 기대했지만···여전히 넘기 힘든 '3000만원 선'

위자료는 △유책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정도 △혼인 관계 파탄 원인과 책임 △당사자 연령 △재산 상태 △혼인 지속 기간 △직업 △자녀 양육 여부 등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위자료 소송에서 법원이 인정하는 금액은 3000만원을 넘기기 어렵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5년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국가 권력이 사인 간 일에 개입해 간통을 형벌로 처벌하는 것은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간통죄가 폐지된 직후 법조계는 형벌이 사라지고 대신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인정되는 위자료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간통죄가 유지되는 동안 법원은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에게 배상책임까지 무겁게 물리는 것은 과하다며 민사재판에서 위자료 책임을 다소 덜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2000만~3000만원이 대부분이라 피해 크기에 비해 훨씬 적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과 같은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나 손해배상 등이 일반인의 '정의'에 부합하도록 바뀔 필요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가사사건을 해보면 위자료 등으로 인정되는 액수가 피해자가 입은 크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형사처벌을 없애면서도 이와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일반 국민은 '간통죄를 왜 폐지한 것이냐'고 지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외국은 '징벌적 성격' 위자료 판결

유책배우자의 부정행위와 그로 인해 당사자들이 받은 피해에 비하면 법원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는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헌재의 위헌 판결로 '불륜'을 저지르더라도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은 사라지고 민사상 위자료 소송만이 유일한 피해 보상 방안이 됐기 때문이다. 

간통죄가 없는 외국에서는 불륜 등이 주된 이혼 사유일 때 징벌적 배상 성격으로 거액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있다. 미국의 한 주(州)에서는 유부녀와 바람이 난 상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금 660만 달러(약 73억9000만원)를 포함해 피해자에게 총 880만 달러(약 98억7000만원)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가사사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법원이 위자료 액수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엄경천 변호사(법무법인 가족)는 "이혼 사건은 장래를 위한, 미래 전망적 측면이 있는데 위자료를 올려주기 시작하면 당사자들이 과거 사실들을 가지고 소송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며 "위자료 액수를 늘리기 위해 과거 사실을 계속 파고들다 보면 법원도 거기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게 결과적으로는 생산적이지 않을 수 있어서 통상적으로 인정해 온 위자료보다 더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