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젤·오스템 M&A' 이승환 변호사 "공개매수 규제 불합리..완화 신호는 고무적"

2023-04-13 11:07
"길을 터주는 작은 딜도 중요...향후 키워드는 ESG"

이승환 법무법인 광장 M&A 전문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지난해 말부터 확실히 움직임이 활발해진 게 느껴진다. 정부에서도 인수합병(M&A) 순기능에 집중해 불합리한 규제들을 없애는 방향을 제시한 점은 고무적이다."

이승환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올해 M&A 시장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안정 등 국내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M&A 시장도 활성화 추세에 접어들었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발맞춰 이번 달부터 시행한 공개매수 자금 확보 부담 완화를 시작으로 국내 M&A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우리금융지주의 다올인베스트먼트 인수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MBK파트너스의 롯데카드 인수 등 풍부한 금융지주 M&A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이 필요한 현행 규제와 향후 M&A 시장 전망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 규제는 워낙 촘촘···공개매수 기간 안에 해외 인허가 받기 어려워"
 
이 변호사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나름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놓고 확대시키는 단계에 들어갔다"며 "다만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보험사를 매각하고 나서 은행 중심 지주 체제로 전환하는 단계라 M&A에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그는 "금융회사 규제는 워낙 촘촘해 한두 번 경험해서는 낭패를 보기 쉬운 숨어 있는 규제들이 많다"며 "예컨대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대주주 변경 승인 기준과 사모펀드(PE)나 전략적 투자자(SI)에게 적용되는 기준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불합리한 현행 규제를 짚었다. 그는 금융위가 이달부터 완화한 공개매수 자금 조달 규제와 더불어 공개매수 기간도 지적했다. 기업이 지배권을 획득할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할 때 정해진 기간(20~60일) 안에 매수 예정 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이 변호사는 "60일 이후에 바로 결제를 해야 하는데 그전에 복잡한 기업결합 신고 제도를 완수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기업결합을 신고하고 인허가를 받아야 딜을 할 수 있을 때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주 발행형 교환공개매수, 스퀴즈 아웃제도 등도 좋은 제도임에도 운용하기 어려워 취지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환 법무법인 광장 M&A 전문 변호사가 지난달 29일 법무법인 광장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길 터주는 작은 딜도 중요···향후 키워드는 ESG"
 
이 변호사는 지난해 M&A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도 GS-CBC그룹 컨소시엄의 휴젤 인수 건을 성사시켰다. 준비 과정부터 완성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그는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있었던 딜 중에서 가장 컸던 딜"이라면서도 "작년에는 확실히 뭔가 이렇게 업계 주목을 받는 메가 딜들이 많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은 딜들을 여러 개 하는 게 더 중요한 면도 있다"며 삼성전자의 레인보우로보틱스 투자 건을 들었다. 삼성전자는 로봇 사업에 발을 넓히며 이족보행 로봇을 판매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사들였다. 그는 "규모 자체는 아주 작을 수 있지만 길게 보면 이런 딜 자체가 로봇 산업에 질적 도약을 이끌어내는 계기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변호사는 '윈윈'을 M&A 매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UCK파트너스의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도 '윈윈'이 밑바탕이었다. 그는 "국내 굴지 대형 PE가 같이 추진해서 서로 협력하고 역할 분담도 하면서 진행 중"이라며 “소송처럼 승패가 갈린다기보다는 서로 만족하는 그런 솔루션을 찾아주는 게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M&A 관련 주요 키워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지목했다. 이 변호사는 "SK건설도 지금은 SK에코플랜트로 사명도 바꾸면서 환경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모했다"며 "규제도 ESG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ESG 분야에 보완이 필요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능력을 키우기보다는 M&A를 통해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