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 풀린 분양권 시장] 실거주 의무·양도세 완화는 미완성…시장 활성화 발목 잡나

2023-04-09 18:27
'팔 수 있는데, 못 팔아' 모순…시장 혼란 방지·정책 효과 위해서 나머지 규제도 완화해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수도권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이 대폭 단축됐지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기간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매매는 가능해졌는데 실거주 의무가 풀리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모순이 발생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도 나온다. 1년 미만 보유 주택과 분양권·입주권에 대해 양도세율을 낮추는 방안도 앞서 발표됐으나 개정 여부가 불확실한 것도 정책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지적이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은 국회 국토위원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분양권 전매제한은 시행령 개정으로 7일부터 적용됐지만 실거주 의무 폐지는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개정안 통과가 불발되면 전매제한이 완화되는 곳이라도 분양권을 팔지 못하고 실거주를 해야 한다. 
 
현재 입주하지 않은 단지라면 분양권 전매제한에 대한 효과를 소급 적용받지만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수도권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 주택에 대해서는 2~5년간 실거주 의무기간 적용된다. 아울러 1월 5일 이전 분양한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단지 또한 실거주 의무 적용 조건을 가지고 입주자를 모집했기에 최대 5년간 실거주를 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지역 등에 부과된 실거주 의무를 보면 공공택지는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보다 80% 미만이면 5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3년 실거주 기간을 채워야 한다. 민간택지는 80% 미만이면 3년, 80% 이상 100% 미만이면 2년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번 규제 완화에 따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서 빠진 데다 지난해 12월 당첨자를 발표해 올해 말부터 전매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분양 당시 실거주 의무가 2년 적용된 상태이므로 주택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분양권 매도는 사실상 불가하고 입주 후 2년 이상 지난 뒤 아파트를 팔 수 있다.
 
이에 국토부는 이른 시일 내에 관련 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여당도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 등을 담은 주택법 개정안에 대해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이 되지 않는다면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실거주 의무가 남은 상황에서 전매제한만 완화해 '팔 수 있지만 살아야 하는' 입법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투기 조장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져 법 통과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도세 부담도 문제다. 정부는 올해 초 양도세 중과 부담을 덜어 시장 정상화를 도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안에서 분양권을 포함한 1년 미만 단기 양도세율을 70%에서 45%로, 1년 이상 보유한 주택은 중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단기 양도세가 낮아지지 않으면 중과된 세금을 내야 해 분양권 전매가 사실상 금지되는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를 테면 분양권 시세차익이 1억원 발생했을 때 당첨일로부터 1년 내에 팔면 시세차익 중 7000만원, 2년 이내에 전매하면 6000만원을 양도세로 내야 한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가산하면 실질적으로 6600만∼7700만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를 감안하면 분양권 보유자들이 쉽사리 매도하지 않을 것으로 공인중개업계 등에서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에 대한 해제도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진형 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 비즈니스학과 교수)는 "전매 제한 해제와 함께 실거주 의무 등 규제를 같이 풀어주지 않는다면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신속하게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시장 활성화 등 정부가 계획한 대로 정책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