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외국은행 예대율 규제 완화, 12조 대출여력 생겨"···중국·일본계 '방긋'

2023-04-05 15:45
금융위·금감원, 5일 오후 '제7차금융규제혁신회의' 개최
"은행권 경쟁 촉진, 기업대출 12.2조 추가 공급여력 생겨"
JP모건 등 영·미은행보다 대출 중심 중·일은행 수혜 볼 듯

금융당국은 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에서 외국은행 국내지점에 대한 원화예대율 규제 개선방안과 플랫폼의 보험상품 취급 시범운영 세부방안,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합리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사진= 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은행권 경쟁 촉진의 일환으로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원화예대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10년여 간 성장한 은행권 규모와 외국은행 지점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당국은 이번 규제 완화로 최대 12조원을 웃도는 추가 대출 여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번 규제 완화의 수혜는 예대마진 중심의 수익 구조를 가진 중국·일본계 은행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제7차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외국은행 지점에 대한 예대율 규제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예대율 규제는 대출액을 예금액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제도로, 유동성 관리 수단이자 무작위한 대출 확장을 억제하는 도구로써 활용됐다.

예대율 규제는 지난 2010년 8월 도입된 이후 13년 동안 큰 변경 없이 유지됐다. 과거 2015년 9월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외국은행의 업무범위에 따라 진입 장벽을 낮추고, 행정절차상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도 예대율 규제는 바뀌지 않았다. 실제 예대율 규제가 도입된 지난 2010년 말에서 2022년 말까지 은행권 총자산과 대출금은 각각 2.2배, 2.1배 늘었다.

또 외국은행 지점들은 원화예수금 조달이 어려운 특성에도 불구하고, 예수금의 인정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며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온 바 있다.

먼저 은행의 원화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는 규모가 원화대출금 2조원에서 4조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로써 예대율 규제를 적용받던 홍콩상하이은행(HSBC), 미쓰비시UFJ은행(MUFG) 등의 국내지점은 원화예대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또 본지점차입금 중에서 장기차입금 전체와 장기차입금의 50%를 한도로 한 단기차입금의 일부를 원화예수금으로 인정한다.

이를 통해 원화예대율 규제가 적용되던 7개 외은지점 중 5개는 적용이 면제되며, 나머지 2개는 원화예수금이 추가로 인정돼 추가적인 기업대출 공급 여력이 가능해진다. 

이번 예대율 규제로 수혜받는 외국은행은 중국·일본계다. 외국은행 지점은 크게 대출을 내어주거나 채권에 투자해 이자를 버는 구조다. 이 중 중국·일본계 은행은 대출 업무가 중심인 국내 시중은행처럼 예대마진을 주된 영업으로 삼기 때문에 예대율 규제 완화로 크게 이득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반대로 JP모건과 같이 외환·파생 거래 중심의 영국·미국계 은행들은 이번 예대율 규제 완화의 수혜가 크지 않을 수 있다.

금융위는 "최대 12조원이 넘는 추가 기업대출 공급 여력이 발생할 것"이라면서 "적극적으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에 따라 외국은행 지점 전반의 기업대출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이날 혁신회의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에 대한 논의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설명의무 합리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