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의 비욘드 ESG] 늙어가는 한국숲 …평균 수령 낮추자
2023-04-05 06:00
숲의 기능 높이는 지속가능한 산림전략 시급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토 면적 대비 산림률은 64.5%로 OECD 국가 중 핀란드(73.7%), 스웨덴(68.7%), 일본(68.4%)에 이어 4번째로 높다.[1] 조선 후기부터 진행된 산림 황폐화와 6ㆍ25 전쟁으로 완전히 파괴된 숲을, 광복 이후 시행한 산림녹화사업으로 약 146억 그루[2] 나무를 심어 되살린 결과이다. 특히 제1차 치산녹화 계획(1973~1978년)과 제2차 치산녹화 계획(1979~1988년) 기간에만 215.5만ha[3]의 국토를 녹색으로 물들였다.
우리 숲이 가진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나무 나이의 편중을 초래하게 된다. 국내 산림면적은 2020년 기준 630만ha이며, 이중 4영급 이상 산림면적은 487만ha로 죽림과 무입목지(無立木地, 수관면적이 20% 이하인 임지)를 제외한 전체 산림면적의 81.1%에 달한다.[4] 영급(齡級)은 몇 개 임령(林齡)을 묶어서 한 개 연령단위로 표시한 개념이다. 영급은 산림업 편의를 위해 정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임령 1~10년까지를 1영급, 즉 10년을 한 영급으로 취급한다. 사람의 10대, 20대와 비슷하나 10년 아래이다. 한국 나무의 80% 이상이 사람으로 치면 30대 이상이란 얘기로 20대와 청소년 아동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1] 유엔식량농업기구. (2020). 세계 산림 현황
[2] 국립산림과학원. (2022). 광복 이후 산림자원의 변화와 산림정책. 국립산림과학원. p. 8.
[3] 김병섭. (2009). 한국의 치산녹화 성공사례 분석. 한국행정학회. p. 26, 28.
개체의 관점
나무는 특정 나이가 지나가면 성장 속도가 느려져 이전보다 탄소 흡수가 감소하는 경향이 있지만, 그 나이는 종, 위치, 환경 조건을 포함한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유럽에서 진행한 공동연구는 2005년 이후 유럽대륙 숲이 흡수하는 탄소량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가 나무의 노화라는 결론을 내렸다.[3]
국내 주요 수종을 대상으로 나무 한 그루 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수종마다 나이에 따른 흡수량 추이의 차이가 존재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편백 등은 수령 25~35년까지 흡수량이 증가한 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 등은 조사범위 내에서 나이가 들수록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1] 산림청. (2021.1).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2] 산림청. (2021.12). 민관협의로 수정된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부문 추진전략
[3] Gert-Jan Nabuurs 외 4명. (2013.8). “First signs of carbon sink saturation in European forest biomass”. Nature Climate Change
[4] A. J. Das 외 37명. (2014.1). “Rate of tree carbon accumulation increases continuously with tree size”. Nature
숲의 관점이 더 중요
나무 각각이 아닌 숲의 탄소 흡수능력을 판단해야 하므로, 숲의 단위 면적당 탄소흡수량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1] 2009년 기준 임분수확표 자료를 활용하여 임령별 ha(100m * 100m)당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담은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살펴보면 소나무 잣나무 등 8종 나무 모두에서 임령 20~25년 사이 수종이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는 일관된 경향을 보였다. 표는 평균 나이가 30~50살인 우리나라 숲이 점차 나이가 들면 생장이 둔화하여 탄소감축기능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점 또한 시사한다.[2]
[1] 김성환. (2021.5.21). “[반론]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
[2] 국립산림과학원. (2019.7.1). 산림정책이슈 제 129호. p. 12.
[1]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8, 10.
이러한 경향은 해외 연구에서도 확인된다.[1] 일부 다습한 기후의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천연갱신(Natural Regeneration, 자연의 힘으로 후계림을 조성하는 것)을 제외하면, 천연갱신, 혼농임업(Agroforestry, 농업과 임업을 겸하는 복합영농의 한 형태), 맹그로브에서 생장 초기 20년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지상부 바이오매스(줄기, 가지, 잎)와 지하부 바이오매스(뿌리) 모두에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차이는 혼농임업에서 두드러지는데, 산림순환경영의 활성화로 임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우리나라가 주목할 만할 대목이다.
[1] Blanca Bernal 외 2명. (2018.11). “Global carbon dioxide removal rates from forest landscape restoration activities”
2017년 기준 50살 이상 나무가 전체 인공림 면적의 과반인 일본은, 숲의 울창한 정도를 나타내는 임목축적[1]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상황에서 2005년 이후 온실가스 흡수량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나이든 숲은 가득 찬 탄소탱크
2021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진행된 연구는 오래된 숲은 생물다양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 기후 완화 측면에선 효과적인 도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덴마크 소뢰 근처 수세루프 숲의 탄소 흡수자료는 300살 이내의 고령 나무들이 포진한 이 숲에서 1992년, 2002년, 2012년 측정에서 유의미한 탄소 흡수가 확인되지 않았다.[2]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포화상태에 이르지만, 숲을 순환하여 탄소 포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매년 숲으로부터 지속가능한 목재, 섬유 혹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숲의 탄소 저장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는 유효한 방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보다 앞서 숲의 탄소 포화 문제를 겪은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는 생산성이 낮고 산불 지진 등의 훼손 가능성이 높은 숲에서 자원을 수확하고, 훼손 가능성이 적고 높은 탄소 밀도를 가진 오래된 숲은 탄소 재고를 보존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3]
목재수확을 통한 순환이 시급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목재를 수확한 이후에도 제품에 저장이 된다.[4] IPCC는 제재목은 35년, 합판과 보드류는 25년, 종이는 2년의 탄소저장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양의 소재를 생산할 때 목재에 비해 콘크리트는 7배, 철은 260배, 알루미늄은 800배의 에너지가 더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5] 자국 목재를 소비한다면 목재 운송과정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 산림청이 19개 목재 제품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도 목재 이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목재 이용량 중 국산은 17.1%에 그친다.
국내 총임목축적 대비 벌채량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벌채율이 집계된 OECD 29개 회원국 중 27위에 해당한다.[6]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정책연구과 김영환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저조한 목재 자급률과 벌채량의 원인은 국산목재의 경제성 부족에 있다”며 “임업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임도’라고 하는 산림의 도로가 국내에 굉장히 적다 보니, 숲에 접근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 목재 수확비용이 높아지고 대량으로 수입되는 값싼 수입목재와 경쟁이 안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림->숲가꾸기->수확->재조림’으로 순환하는 목재수확 과정은 교토의정서 3.4조에서 규정한 산림경영의 경제적 활동의 하나로, 산림을 유지하면서 탄소흡수원으로서 역할을 극대화하려면 필수적이다. 수확한 목재를 목조주택이나 목재가구와 같이 탄소저장기간이 길고 부가가치가 높은 용도로 우선 이용하고, 목재수확이나 제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산림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함으로써 나무가 ‘탄소 통조림’의 역할을 다하도록 해야 한다. [7]
해외 정책과 우리
여러 국가가 재정 인센티브와 공적 프로그램으로 자국 목재 이용을 촉진하고 새로운 숲 조성을 장려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유럽연합(EU)의 ‘2030 EU 신산림 전략’은 긴 수명의 목재제품 이용 확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산림 바이오 경제를 촉진한다. 온실가스 배출원이던 건설 부문을 탄소흡수원으로 전환하기 위해 목재 이용을 제한한 건설 규정 개선을 논의하고, 목조건축물 보급 확대를 통하여 건축 부문 목재제품의 수요를 증진할 계획이다. 또한 원시림·노령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한편 2030년까지 최소 30억 그루 나무를 심는 로드맵을 제시하였다.[8]
미국 산림청은 개인 소유권은 인정하면서 개발권을 정부에서 구매하는 산림유산프로그램(Forest Legacy Program)이나 사유림 소유주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산림을 관리할 수 있도록 목재 생산을 포함한 산림경영 전 과정에 대한 교육 및 기술,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산림관리프로그램(Forest Stewardship Program) 등 다양한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9]
프랑스, 캐나다 등에서는 이미 2009년부터 탄소 중립 핵심과제로 자국 목재 이용을 설정하여 촉진 제도를 마련해왔다. 일본 또한 공공건축물의 목재 사용을 의무화하여 목재 자급률을 2000년(18.9%) 대비 2021년(41.8%) 두배 이상으로 높였다.[10]
산림청은 국산 목재 활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보고 목재 자급률을 2027년 25%까지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11] 원활한 자급을 위해 공공건축물에 국산 목재 활용을 촉진하고 목재 친화도시와 어린이 이용 시설 목조화 사업 등 목재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며, 이를 통해 현재 0.6㎥인 1인당 연간 목재 사용량이 2030년 1.2㎥, 2050년 2㎥까지 확대될 것이란 기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산림녹화에 성공한 ‘산림 부국’이지만, 아직 ‘산림 선진국’은 아니다. 생태적이고 문화적인 가치가 높은 오래된 숲은 탄소 흡수량과 무관하게 잘 보전해야 하지만 젊은 숲부터 나이든 숲까지 조화롭게 자라게 하면서 목재 자원 확보와 탄소 저장 능력 제고를 동시에 달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일률적 기준을 적용한 남벌과 가치를 따지지 않는 맹목적 보전을 모두 경계하면서 탄소 탱크이자 생태 보고로서 숲의 기능을 높여야 한다.
[1] 김건교. (2021.10.3). “숲의 울창한 정도, 임목축적 5년 전 대비 13% 증가”. TJB NEWS. Retrieved from
[2] Gundersen & others (2021). "Old-growth forest carbon sinks overestimated". Nature , vol. 591 , no. 7851 , pp. E21-E23.
[3] Gert-Jan Nabuurs 외 4명. (2013.8). “First signs of carbon sink saturation in European forest biomass”. Nature Climate Change
[4]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16.
[5] 국립산림과학원. (2012). 목재를 이용한 주거환경이 지구환경 및 인간의 신체발달과 정서에 미치는 영향
[6]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2019). 산림자원지표
[7] 국립산림과학원. (2022.4). 산림과학속보 22-07. p. 19.
[8] 국립산림과학원. (2021.10.15). 국제산림정책토픽 제109호. p. 4.
[9] 산림청. (2019.7). 미국의 사유림경영 인센티브 시스템 연구. p. 33.
[10] 조한필. (2022.7.8). “[산림 선진국의 길] 우리 산 우리 나무로 지은 집 많아질수록…탄소중립도 성큼”.
매일경제.
[11] 양승민. (2022.7.26) “남성현 산림청장과의 대담 정리”. 전자신문.
(이 칼럼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김현찬·김민경 대학생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이 공동으로 작성했습니다.)
안치용 필자 주요 이력
△ESG연구소 소장 겸 (사)ESG코리아 철학대표 △아주대 융합ESG학과(석사과정) 특임교수 △전 경향신문 사회책임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