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 대전환…車부품업계, 구조조정 쓰나미 현실로

2023-03-30 19:19

자동차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됨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이 인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에는 부품이 2만5000~3만개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절반 수준인 1만5000개에 불과하다. 부품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전기차 생산에 투입되는 인력도 내연기관차보다는 적다. 이 때문에 신차를 조립하는 데 필요한 인력도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기업들은 미래차 관련 투자를 늘리는 한편 인력 절감을 통한 원가 절감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30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와 만도노동조합에 따르면 HL만도는 지난 29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원주공장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HL만도 관계자는 “직원들의 순수하고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실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희망퇴직은 전동화 등 산업 전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HL만도는 최근 내연기관 부문 인력을 줄이는 한편 자율주행 등 미래차 부문에서는 연구 인력을 충원하며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HL만도는 미래차 부품 매출 비중을 올해 25.3% 수준에서 2027년 37.4%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단순 부품 공급사에서 벗어나 미래차 전문 기업으로서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희준 만도노동조합 위원장은 “현재 2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향후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고용안정합의서를 작성했고, 2021년에는 원주사업부 등에 일거리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합의하기도 했지만 이를 위한 투자도 현재까지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사진=만도노동조합]


현대자동차그룹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50대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퇴직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연봉 50%와 최대 3년까지 인정되는 근속 잔여 기간을 곱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현대모비스가 공개적으로 퇴직 신청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모비스가 소프트웨어 중심 통합 플랫폼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전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소프트웨어(SW) 인력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SW 전문 인력을 전년보다 100명가량 늘어난 400여 명 채용했고 올해도 개발자들을 계속 채용할 계획이다.

한국GM(GM 한국사업장)도 최근 본사 지침에 따라 이달 16일부터 31일까지 임원급 이하 사무직에 한해 희망퇴직을 시행 중이다. 희망퇴직 보상금(위로금)은 연봉 2년치를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력 감축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특히 국내 부품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국내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대비 현황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부품업체 직원 10명 중 4명 이상은 미래에 일자리를 잃게 될 전망이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대규모 인력 감축을 실시 중이다. 포드는 지난달 유럽에서 직원 3800명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도 대량 해고에 나섰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미래차로 전환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상황"이라며 "미래에는 특히 소프트웨어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만큼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유연화를 꾀하는 등 하루빨리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 베이징 모듈 공장 생산라인에서 현대모비스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현대모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