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美 IRA 보조금 "안 받겠다" 왜?

2023-03-30 19:33
中 측 물량 공세·파격 할인 등 더 큰 이익 제공에 동맹 움직임···현대차도 편승 분위기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미국의 무역장벽에 맞서 중국 기업들의 맞대응이 거세지고 있다. 보조금 혜택을 미끼로 내세운 미국의 전략에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의 불만이 높아가자, 원재료 수급과 배터리 생산에서 장점이 있는 중국 기업들이 물량공세와 할인혜택으로 맞서고 있다. 

공급망 위기로 배터리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중국과의 동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심지어 현대차까지 이 같은 흐름에 편승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 위해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 기업인 중국의 CATL은 올해 들어서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들과 전기차 배터리 할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내용은 향후 3년간 완성차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 80%를 CATL로부터 구매하는 대신 파격적인 가격 할인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가격을 대폭 낮춰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요건을 맞춰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안겨주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테슬라는 바이든 정부의 IRA 시행 이후에도 모델3에 들어가는 CATL 배터리를 지속해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IRA를 통해 받을 수 있는 7500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포드는 공개적으로 CATL과 손잡았다. 양사는 총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들여 미시간주에 연 40만GWh(기가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배터리에는 중국산 배터리 셀이 적용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의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와 포드가 이미 CATL의 할인 협상 테이블에 있으며, 다수의 완성차 기업이 CATL과 협상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전기차 배터리 공급량이 수요 대비 부족한 상황도 완성차 기업의 발길을 협상테이블로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CATL 측이 제시한 배터리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CATL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배터리 핵심 원자재 중 하나인 탄산리튬의 가격이 시장 가격보다 t(톤)당 200만원에서 최대 400만원까지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발트, 니켈, 망간 등 다른 원자재 조달 가격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조달 가격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가성비 좋은 중국산 배터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출시한 니로 EV, 코나 일렉트릭 등 모델에 CATL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개막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CATL 배터리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있다”며 “지금 배터리 회사를 가릴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아니다. 그만큼 배터리 구하는 게 어렵다”고 설명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내 배터리 3사가 받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 IRA 보조금을 현금으로 수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SK온 역시 보조금 신청을 검토 중이다. 보조금 신청 요건을 맞추기 위해 국내 배터리 3사가 지난해부터 투자한 금액은 약 20조원에 육박한다.

재계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가격공세는 IRA를 무력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IRA에 대응해 온 배터리기업들의 로비 방향도 당초 IRA 세부안 조정에서 노동착취 등을 이유로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로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