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 뉴욕 도착해 3년여 만의 해외순방 시작

2023-03-30 11:02
팬데믹 이후 첫 해외순방… '경유' 형식으로 미국 방문
中 '대만 독립' 행동 우려에 거세게 반발하고 나서

중미 순방길에 오르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미국 뉴욕에 도착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첫 해외 순방을 시작했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총통은 이날 첫 해외 방문지인 뉴욕에 도착했다. 총통은 10일간의 중미 순방길에 '경유' 형식으로 뉴욕을 방문한 것으로, 총통의 해외 순방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20년 초 이후 3년여 만이다. 

총통은 31일까지 뉴욕에 머무른 후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고, 귀국길에는 다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해 내달 7일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LA에서는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회동 및 레이건도서관에서의 연설 등이 예정되어 있다.

총통은 순방에 나서기 직전 "대만은 변함없이 자유와 민주주의의 길을 가면서 세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그 길은 지금까지 험난했지만 대만은 혼자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순방을 통해 외교 파트너 국가들이 대만에 보내주는 지원에 감사를 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총통의 순방은 중미에 남아있는 수교국들과의 우호 관계를 다지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6일 중미의 대만 수교국 중 하나였던 온두라스가 대만과의 단교 및 중국과의 국교 수립을 선언한 가운데 현재 남아있는 대만의 수교국은 전 세계 통틀어 13개국뿐이다. 그중 절반 이상인 7개국이 중남미에 있다.

미국은 대만과 정식 수교를 맺고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대만 총통들이 중남미 순방길에 '경유' 형식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해왔다. 다만 '경유' 방문의 전례에 따라 총통이 바이든 정부의 고위 관료들과는 회동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이 전했다.
 
예고된 중국의 거센 반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은 예고됐던 대로 중국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미 중국은 총통의 미국 방문에 대해 여러 차례 위협성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는 대만이 미국과 가까워지면서 독립적 행보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기자회견에서 총통의 미국 방문에 대해 "'경유'라는 것은 거짓이고, '돌파'를 모색해 '대만 독립'을 전파하고자 하는 것이 실제"라며 "중국이 과민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대만 독립' 분열 세력들의 악의를 용인, 지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제를 만들고 소란을 피우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대만 독립' 분열 세력들'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이 회동을 가질 경우 행동을 취하겠다며 강한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 회동이 이루어질 경우, 매카시 하원의장은 대만 총통들의 미국 경유 방문이 시작된 이래 미국에서 대만 총통을 접견하는 최고위급 정치 인사가 된다. 

주펑리앤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회동은 중국 주권에 대한 도발이라며 "우리는 이에 결연히 반대하고 결단코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총통이 뉴욕에서 묵고 있는 호텔 밖에는 대만 지지자들과 중국 지지자들이 한데 몰려 일대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WSJ는 보도했다.

다만 미국 측은 총통의 미국 '경유' 방문에 대해 전례에 따른 것일 뿐이라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은 여전히 중국-대만 관계의 '현상 유지'를 바란다며 급진적 해석을 경계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는 "중국은 총통의 이번 미국 경유를 대만에 대한 공격적 혹은 도발적 행위를 실행할 핑계나 명분으로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WSJ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