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불경기인데 10대 건설사 CEO 연봉 '돈 잔치'…'연봉킹', 직원보다 최대 30배

2023-03-28 20:1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 집값 하락, 건설주 주가 폭락 등 부동산 업계가 전반적으로 '부진의 늪'에 빠진 가운데 주요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연봉은 지난해 역대급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경기 침체와 별개로 국내 노후 주택 증가에 따라 도시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할 임직원들 임금 상승률은 CEO 연봉 상승률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지난해 국내 건설사 사업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임병용 GS건설 부회장은 지난해 연봉 32억7800만원을 수령해 건설업계 전문경영인 중에서는 가장 높은 보수를 받았다.

임 부회장이 2013년 6월 GS건설 대표에 선임됐을 때만해도 이 회사 도시정비수주 실적은 2조3900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조1500억원을 달성하며 10년 만에 199.2% 증가했다. 지난해 임 부회장 연봉에는 이 같은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급여 14억3300만원과 상여 18억4500만원 등으로 성과급이 급여보다 많았다. 2021년 연봉(20억2600만원)보다는 61.8% 상승한 수치다. 
 
매년 도시정비사업 실적 신기록을 쓰고 있는 현대건설 윤영준 사장도 지난해 성과급 7억5900만원을 포함해 연봉으로 총 17억9100만원을 수령했다. 2021년 연봉(10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65.8% 올랐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누적 매출 21조 2391억원, 신규 수주 35조425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7.6% 17% 성장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수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도 지난해 급여 5억6600만원, 상여 6억8900만원을 포함해 총 13억2600만원을 받았다. 전년(10억8100만원) 대비 22.6% 증가했다. 오 사장은 2021년 이 회사 건설부문 사장으로 취임한 뒤 그해에 업계 해외건설 수주 1위 기록을 세웠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53억8100만 달러를 수주해 해외건설 수주 실적 1위를 사수하는 데 성공했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와 한성희 포스코이앤씨(옛 포스코건설) 대표이사는 지난해 나란히 10억원대 연봉 CEO에 이름을 올렸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는 급여 7억5000만원, 상여 2억9200만원 등을 포함해 지난해 10억6300만원을 받았다. 전년 동기(6억500만원) 대비 75.7% 상승해 건설사 CEO 가운데 가장 높은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해욱 DL이앤씨 회장은 미등기 임원이지만 지난해 이 회사에서 보수로 12억원을 챙겼다.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도 지난해 급여 5억4800만원, 상여 4억7700만원을 합쳐 연봉 10억3100만원을 받았다. 포스코건설은 한 사장 취임 첫해인 2020년에는 도시정비사업 수주액이 2조745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4조5892억원으로 덩치를 키웠다. 한 사장 보수 역시 2021년 6억6100만원(급여 4억3800만원, 상여 2억1700만원)보다 무려 56% 증가했다.
 
CEO들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연봉 잔치'를 벌인 것과 별개로 임직원 연봉 인상률은 4~12%에 그쳤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했다. 물가 인상률이 임금 인상률을 웃돌아 기업이 성과 나누기에 인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GS건설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으로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했지만 지난해 연봉인 9500만원과 비교하면 7.3% 상승했다.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부회장과는 30배 정도 차이 난다. 지난해 현대건설 임직원 평균 연봉도 1억100만원으로 1억원을 넘겼지만 전년(9700만원) 대비 4.1%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DL이앤씨 임직원 평균 연봉은 2021년 8600만원에서 2022년 9000만원으로 4.7%, 포스코건설은 8700만원에서 9800만원으로 12.6% 상승했다. 삼성물산은 임직원 연봉이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았는데 2021년 1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1억2500만원으로 10.6% 올랐다.
 
CEO는 평범한 직장인이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자리이자 '별의 순간'으로 일컬어진다. 이 때문에 성과에 따른 보상과 적절한 임금 격차는 직원들 근로 의욕을 고취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임금 격차는 상대적 박탈감 등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전문경영인을 제외한 오너 일가 CEO의 경우 직원들 간 임금 격차가 최대 60배에 달해 공정한 보상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경영 악화에 대한 체감경기는 피부로 확 느껴지는 데 반해 사상 최대 성과에 대한 체감경기는 와닿지 않는 게 '웃픈 현실'"이라며 "요즘 MZ세대 직원들은 성과에 대한 보상과 공정 가치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임원과 직원 간 과도한 연봉 차이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