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김대남의 '연봉 3억' 자리…'권-경 유착'의 유물
2024-10-08 09:39
그런데 김 전 행정관의 언행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이유로, 그가 정부투자기관인 서울보증보험의 상임감사위원 및 사내이사로 지난 8월에 간 일이 거론된다. 언론들은 그 자리의 연봉을 3억원이라고 보도하고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공식 급여액이 연 1억 6천만 원이고, 여기에 성과급까지 합하면 최대 3억 원이 넘는 돈을 받는 자리라고 한다. 이 자리가 얼마나 편하게 연 3억원의 돈을 받는 자리인가는 김 전 행정관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얘기에서도 나타난다.
이명수: “감사면 되게 높은 자리인데 그 자리.”
김대남: “높지. 감사는 2인자지. 2인자라도 사장이 뭐라 못하는 자리지 왜냐하면 상임감사는 정부에서 파견 나온 감사라 그냥 만고땡이야. 사실 감사가 사장보다 편하다. 기사 나오고 차 주고 기사 나오고.”
이명수: “차도 나와요 형님?”
이명수: “선배님이 선택하신 거예요? 아니면...”
김대남 : “내가 선택했지 찍어가지고.”
그런 ‘꿀’ 같은 자리를 대통령실 행정관이 자기 마음대로 찍어서 갈 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그만한 신임을 얻고 위세를 떨쳤던 것 아니냐, 정권의 유력 인사가 밀어준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이다. 정부투자기관에 대한 낙하산 인사를 보는 이들의 생각은 김 전 행정관이 했던 말을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거기가 좋다는 소식을 내가 딱 괜찮다는 얘기를 듣고 왜냐하면 다른 데는 2년인데 일단 (임기가) 3년이니까. 3년이면 우리 정부 있을 때까지 다 있는 거지.”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퇴직 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3년 안에 재취업하는 경우 취업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대부분 무사 통과하여 ‘꿀’ 같은 자리로의 재취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쯤 되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는 유명무실해 보인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지난 5월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을 통해 공공기관의 관련 공시자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윤석열 정부에서 23개 공공기관의 임원인 이사나 감사로 임명된 검사나 검찰공무원 출신 인사가 29명으로 확인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체 정부투자기관들은 어째서 대통령실이나 정권 요직 출신 인사들을 위해 그렇게도 좋은 자리를 내주는 것일까. 물론 그들이 가진 전문성이 필요해서이기 때문이 아님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자신이 하던 일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자리로 마치 낙하산이 내려오듯이 취업하는 것이다. 정권에서 내려보낸 인사들이 대개는 ‘감사’ 자리인 것도 별 다른 전문성 없이도 편하게 근무하며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꿈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정부투자기관들로서는 정권이 내려보낸 사람을 자기 조직에 들이는 것이 관(官)에 대한 로비나, 유사시의 문제해결사 등 여러모로 요긴할 수 있다는 판단을 당연히 할 것이다. 물론 정권이 내려보내면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이 우선이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정권 차원에서 ‘권-경 유착’이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정권은 자기 사람들을 좋은 자리를 주라고 정부투자기관에 사실상 지시하고, 그렇게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 전직들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정부를 상대로 하는 일을 담당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끼리끼리 주고받는 것이 다름아닌 권-경 유착의 유물인 것이다. 논공행상의 정치문화가 낳은 고질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물론 역대 정부마다 이 같은 공기업 낙하산 인사 시비는 반복되곤 했다. 민주당 정부였던 문재인 정부 시절도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 더욱 거리낌없이 공공연하게 이런 낙하산 인사가 반복되는 광경을 보노라면, 지금 우리 정치의 시계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뒤로 가고 있다는 우려를 떨치기가 어렵다. 김대남 녹취록 파문이 주는 씁쓸함은 단지 여권 내부의 갈등 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언행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꿀’ 같은 자리로 갈 수 있었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