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정 기소'에 대표직 버티는 李...커지는 "직무 정상 수행 불가" 목소리

2023-03-22 16:25
김기현 "李, 민주당 대표직 수행 불가한 것 아닌가"
비명계, 당헌 80조 언급..."당무위서 원칙 따라 의결해야"
전문가들 "李, 대표직 지켜도 당내 분열 커질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이 22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불구속 기소한 것과 관련해 민주당 내에선 '답정(답은 정해져 있는) 기소'라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정치적인 탄압이라는 얘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해놓고 기소하기로 한 검찰이 온갖 압수수색 쇼와 체포영장 쇼를 벌이며 시간을 끌다가 이젠 정해진 답 그대로 기소했다"며 "이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된다.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오전 SBS 라디오에서 "부당한 억지 기소이자 정치 탄압의 일환"이라며 "대표직은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이 진행되면 이 대표의 직무 수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지점을 공격하고 나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표의 혐의가 입증돼 기소된다는 뉴스를 봤는데, 아주 심각한 내용"이라며 "더 이상 민주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 시 당직 정지'가 골자인 '당헌 80조'를 언급하며 민주당이 이 대표의 '방탄' 정당이 돼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서 "사무총장의 판단이나 당무위원회의 의결로 결정해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 대표나 측근들이 결정을 내려놓고 그리로 몰고 가듯 해서 민주당이 '방탄' 의혹을 받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당헌 80조 3항에 따르면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으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거쳐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기소된 직후인 이날 오후 당무위를 열고 이 대표에 대한 '당헌 80조' 예외 조항 적용 여부 검토에 착수했지만, 당 지도부가 이미 이 대표의 수사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한 바 있어 이 대표가 당헌에 의해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기소는 이미 예견됐던 터라 당 지도부 모두 대비했을 것이다. '당헌 80조' 관련해서도 당무위는 이 대표 기소가 '정치 탄압'이라고 결정할 것"이라며 "결국 당은 이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1심 판결 결과가 향후 이 대표의 거취와 총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며 "단순 벌금형 등이 아닌 수용이 불가할 만큼의 심각한 수준의 유죄가 나오면 당에서도 '플랜 B'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플랜 B'는 이 대표 사퇴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재판 진행과 동시에 당내 '분열'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항간에는 이 대표의 모든 혐의가 검찰의 기소로 이어지면 '일주일에 한 번 재판 받는다'는 말까지 있다"며 "지루한 공방전이 계속될 텐데 어떻게 제대로 당직을 수행하겠나. 당내 불만의 목소리도 커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당이 분열되는 상황까지 올 것이라고 본다. '분당(分黨)'까지도 본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이같은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