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법은 법이고 정치는 정치다
2023-03-14 11:30
요즘 정치권은 혼란의 도가 지나치다. 동일 사안에 대해 지지층에 따라 옳고 그름의 기준이 달리 적용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진실을 호도한다. 청렴하고 결백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정치가를 찾기 어려울 지경이다.
옳고 그름의 기준이 흔들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사물이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회견에서 “대장동 개발과 성남 FC 관련 사건은 수년전 벌어진 일”이라며 “사건은 바뀐 게 없는데 대통령과 검사가 바뀌니 판단이 바뀌었다”고 주장했다.
바뀐 판단이 옳은지는 법원에서 결정한다. 그 첫 단계로 구속 적부 여부를 법원에서 판단하는데 그 심사 자체를 안 받겠다고 국회를 방탄막이로 활용했다. 억울하다고 하면서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것이다. 더욱이 스스로 내려놓겠다고 공언한 국회의원 특권을 이용했다. 말과 행동을 다르게 하면 말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
대장동 사건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주었는데, 특혜 제공에 있어 위법 사항이 있었느냐 여부다. 민간업자가 특혜를 받아 이례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취한 건 사실이다. 이러한 이익을 대가 없이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합리적 의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측근의 딸이 경제적 편익을 보았다는 이유로 경제 공동체의 개념하에 탄핵을 당하고 구속됐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정치적 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 측근들이 관련 건으로 구속됐다.
이재명 대표의 법 위반 혐의가 법적 판단보다 정치적 영역에서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위 혐의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하는데 다수당의 지위를 이용해 법적 처분을 막는다면 정치가 법의 운용에 간여하게 된다. 정치를 통해 법이 만들어지지만 운용은 법률가에 의해 행해진다. 정치가 법의 운용에 관여하면 부패한 정치가가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법은 공정하게 적용되어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하고, 범법자가 법망을 벗어나도록 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수 야당인 민주당이 야당 대표가 되기 이전 개인적 법적 책임 문제를 덮기 위해 당력을 소모하는 게 바람직한가?
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이 권한에 대한 합리적 견제를 위해 건전하고 유능한 야당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노동, 연금,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개혁의 필요성이 인정되어도 개혁의 방향성에 있어 야권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개혁은 난항을 겪을 것이다.
세계 경제와 군사 협력 질서가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과 새로운 환경에서의 관계 설정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어 나아갈 방향을 마련하고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또한 당장 발등에 떨어진 시급한 과제들이 있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문제, 날로 고도화되어가는 북한 핵문제 등은 미루어 둘 수 없는 과제들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민주당은 대표의 위법혐의를 방탄하기 위해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추진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의 주요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 부동산 중과, 북한에 대한 환상에 젖은 외교를 추구할 때 당시 야당은 그러한 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야당의 지적을 경청했다면, 저소득층의 일자리 감소, 원전 생태계 붕괴와 한국전력의 엄청난 적자, 많은 국민들이 겪은 부동산으로 인한 고통, 북한과의 악화된 관계 등 우리 사회가 치르고 있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현 정부는 야당의 건전한 비판을 경청할 열린 자세를 견지해야 된다.
지금 야당의 역할은 대표의 방탄에 몰두할 것이 아니고 국정 파트너로서 정부 정책에 잘못된 점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법은 공평하게 적용하고 정치는 상대를 배려하면서 해야 된다. 법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이 제 역할을 해야 된다. 법은 법이고 정치는 정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