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후] 5번째 숨진 측근 "이제 내려놓으시라" 유서...이재명은 "檢 강압수사 탓" 사자후

2023-03-11 06: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마친 후 마이크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민생 행보로 ‘사법 리스크’를 정면돌파하려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번째 측근 사망’이라는 돌발 악재로 벼랑 끝에 선 상황이다.

이 대표는 10일 오전 자신을 대선 주자로 만들어준 ‘정치적 친정’인 경기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했는데, 지난 1월 27일 전북에서 열린 회의 이후 한 달여 만이었다. 

그간 이 대표는 잇따른 검찰 출석과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 등으로 현장 최고위를 주재하지 못했는데, 이날을 기점으로 ‘민생 정치’에 방점을 찍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체포동의안 부결 후 ‘민생 정치’ 물거품...5번째 측근 숨져

하지만 전날 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인 전모씨가 경기 성남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생 정치 행보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 최고위 일정 후 예정됐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경기 시흥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거점센터 방문과 경기 부천시 ‘국민보고회’ 등의 일정 대신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장례식장 조문을 하기로 했다. 

이 대표의 방문에 앞서 전씨의 유서 내용 일부가 외부로 알려지면서, 이 대표의 ‘책임론’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사망한 전씨는 이헌욱 전 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다. 전씨는 퇴직 전후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받았다.

경찰과 정치권에 따르면 전씨는 유서에 “(이 대표는) 이제 정치를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 희생은 없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 수사에 조작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도 남겼다고 한다. 다만 유족이 유서 공개를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 보다 자세한 내용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의 유서를 두고 각종 이 대표의 의혹에 얽힌 측근의 사망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원망이 담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마련된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모씨 빈소에서 조문을 마친 후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검찰의 미친 칼춤 용서 못해”...연이어 검찰 탓

하지만 이 대표는 검찰을 향해 수위 높은 발언을 하며 맹비난을 퍼붓는 ‘정면돌파’를 다시금 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에서 약 10분에 걸쳐, 전씨의 사망을 불러온 것은 검찰의 과도한 강압적인 수사라면서 “검찰의 이 미친 칼질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로 인한 심적 부담감이 전씨의 극단적인 선택의 이유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이게 검찰의 과도한 압박수사 때문에 생긴 일이지, 이재명 때문입니까. 수사당하는 게 제 잘못이냐”고 반문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대표는 과거 4건의 주변 인물 사망 당시에도 검찰의 과도한 수사가 죽음의 원인이 됐다거나 해당 인물 또는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책임론에 정면 대응해왔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성남도개공) 개발사업본부장이 2021년 12월 극단 선택으로 숨졌을 당시 이 대표는 대선 후보였다.

그는 당시 기자들의 관련 질의에 “이 사건 처음부터 끝까지 특검이든 국정조사든 다 (해서) 가려봤으면 좋겠다”며 검찰 수사 방향에 불만을 표했다.

유 전 본부장이 숨진 지 열흘여 만에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개발1처장 역시 극단 선택으로 숨졌을 때도 이 대표는 검찰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렸다. 그는 김 전 처장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그게 연원이 되어서 극단적 선택을 하신 것 같은데 안타깝다”며 “정말 이제라도 편히 쉬시길 바란다”며 애도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이 논란을 키웠다. 이후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2015년 뉴질랜드 해외 출장을 가서 함께 골프 친 사진 등이 공개되며 정치권 공세가 이어졌고, 이 대표는 현재 이 발언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첫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민주당 비명계 중심으로 ‘李 사퇴론’ 강해질 듯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이재명 당대표직 사퇴론’이 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체포동의안에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비이재명)계 등의 사퇴 요구가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러다간 이 대표 곁에 있던 사람은 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지 않겠나”라며 “대표직 사퇴가 이재명이 가진 마지막 카드일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민생 행보를 통해 국면 전환을 꾀할 전망이다. 새로 선출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정치 이슈에 매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주 한·일 정상회담을 위해 방일 외교를 예고한 만큼 정부와 더 첨예하게 각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표는 11일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이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는 ‘강제징용 해법 무효 촉구 범국민 대회’에 참석한다. 행사에는 다수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함께한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전씨의 빈소가 차려진 경기 성남시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애초 이 대표는 오후 1시께 장례식장에 도착했으나 실제 조문은 그로부터 6시간 넘게 지난 후인 오후 7시 42분께 이뤄졌다.

이와 관련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저희가 당초 1시에 와보니 아직 빈소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고 유족 측과 협의가 안 돼 이 대표가 밖에서 기다리셨다”고 설명했다.

한 대변인은 “(도착 당시) 빈소 내부가 어수선했다. 검찰에서 왔다 가기도 했다”며 “(시신 부검 영장 등과 관련한) 그런 과정들로 대표님과 다른 분들 조문받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부연했다.

이 대표는 유족 뜻에 따라 취재진의 내부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20여 분간 빈소에 머물렀다. 조문을 마친 후 “유족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한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이 대표는 (전씨에 대해) ‘정말 훌륭한, 본인이 만난, 같이 일한 공직자 중 가장 청렴하고 유능한 분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는 말을 했다”며 “유족들은 ‘대표님도 힘을 내고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밝혀달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조문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한 이재명 대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