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노란봉투법' 신중한 입법 절차 거쳐야

2023-03-09 13:18

이광선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사진=법무법인 율촌]

최근 국회 환노위에서 일명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이하 '노란봉투법')이 통과됐다. 법률안이 최종 효력을 발생하려면 본회의 의결과 대통령 거부권 불행사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노란봉투법'에 대한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노동계는 사용자의 노동조합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입법안이라는 입장이다. 경영계는 사용자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불법쟁의행위에 대해서까지 면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의 가장 큰 문제는 노조법 개정안에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한 점이다. 그 파장에 대해선 아직 크게 논의되고 있지 않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개념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했다.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다면 원청 사업주는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에 포함된다. 이렇게 되면 하청 노조도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현행 노조법에선 노동쟁의를 '노조와 사용자 간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라고 정의했다. 단체협약 등 근로조건 결정에 대해서만 쟁의행위가 가능했지만,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이미 결정된 근로조건에 대해서도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또 노란봉투법은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 인정 시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한정했다. 현행 노조법상으론 노동조합의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서 '공동불법행위'로 봐 부진정 연대책임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은 배상 의무자별로 개별 책임만을 인정했다. 신원보증인에 대해서도 단체교섭,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면책을 인정했다. 

노란봉투법에서 '사용자' 개념이 확대됐는데 지나치게 추상적이다. 하청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할 때, 원청이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원청이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원청 입장에선 어떤 근로조건에 대해 지배·결정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정확하게 판단하기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형사처벌 위험을 피하려면 일단 하청 노조와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경우에도 원청 노조와 같이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등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용자 개념을 확대하려면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도 새롭게 개정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하청노조가 원청과의 교섭이 결렬돼 쟁의행위에 돌입하게 되면 교섭결렬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하청 사업주는 하청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 문제 등도 발생한다. 

노동쟁의 발생 이유를 '근로조건의 결정'이 아닌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까지 확대하면, 오랜 기간을 거쳐 체결된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다시 쟁의행위가 가능해진다. 

보통 불법 쟁의행위는 집단적으로 이뤄지다보니 입증이 거의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개별적인 책임을 인정할 경우 소송에선 원고(피해자)가 피고(불법행위자)별로 그 책임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것이 매우 어렵게 된다.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원청과 교섭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공감이 된다. 하지만 사용자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한다면, 형사책임과 관련 있는 부당노동행위(교섭거부∙해태)에 있어서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할 가능성과 기존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절차와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과거 2003년 두산중공업 조합원이 손해배상·가압류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분신한 사건 등을 보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로 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입는 피해가 상당히 크기도 하다. 

노란봉투법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서 좀 더 신중한 입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조합원 개인에 대한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어떤 법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