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추행 전문? 만족도 1위?...무분별한 변호사 과장광고, 법원서 제동

2023-03-09 13:57
法 "가장 우월하다는 표현, 부당한 기대 갖게 해"

[사진=연합뉴스]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강제추행 전문 변호사' '준강간 전문 변호사' 등 표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변호사 전문 분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부문에까지 '전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변호사가 징계 절차가 들어가자 불복 소송을 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법원은 로펌이 '소비자 만족도 1위'나 '마약 전문'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도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는 변호사 3만명 시대를 맞아 수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과장 광고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본다. 변호사 징계청구권을 가진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과장 광고에 대해 징계 전 단계에서 계도를 강화하는 한편 변호사 광고 규제 공백이 있을 때는 관련 규정을 제·개정해나갈 방침이다.
 
과장 광고 변호사 징계···法 "변호사 공공성 제고해야"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성 부장판사)는 변호사 A씨가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변호사징계위)에서 받은 징계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징계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2016년 7월부터 약 3년간 인터넷 등에 자신을 '강제추행 전문 변호사' '성추행 전문 변호사' '준강간 전문 변호사' '아청법 전문 변호사' 등으로 광고했다.
 
그는 본인 로펌에 대해선 '4년 연속 1위' '마약 전문 로펌' '수천 건 무죄 성공사례' 등 표현을 사용하며 소개하기도 했다. 변협은 이 같은 표현을 문제 삼아 2020년 5월 변협 변호사징계위에 A씨에 대한 징계 개시를 청구했다. A씨는 "2021년 5월 변호사광고규정 개정으로 변호사는 광고할 때 자신이 주로 취급하는 업무에 대해 '전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불복 소송을 냈다.

변호사광고규정 개정 전에는 변협에 전문 분야 등록을 하지 않은 변호사에 대해 '전문' 표시 사용을 금지했다. 그런데 법 개정으로 주로 다루는 업무에 대해선 '전문'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게 돼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법원은 법무부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우선 A씨가 '전문' 용어를 사용한 시점은 변호사광고규정 개정 전 이뤄진 것이므로 광고 규정을 위반한 데다 '강제추행' '성추행' '준강간' '아청법'은 '변호사 전문 분야 등록에 관한 규정'에 따른 전문 분야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실제 소비자 만족도 4년 연속 1위를 수상한 사실을 토대로 광고한 것일 뿐 부정확한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A씨 측 주장도 "4년 연속 소비자 만족도 1위로 선정한 특정 기관 시상식엔 전국 모든 로펌이 참여한 게 아니라 참가 신청한 로펌만을 대상으로 심사한 것이어서 실제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의미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호사법에서 변호사가 광고할 때 '최고' '유일' 등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이유는 그릇된 광고를 신뢰한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거나 공정한 수임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로펌이 가장 우월하고, 항상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부당한 기대를 가지게 할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과장 광고를 제재할 공익상 필요가 크다"고 부연했다.
 
변협, 징계 전 단계에서 광고 '계도 강화' 
이번 사건에 대해 변협은 변호사의 광고는 영리만을 목적으로 한 상업 광고와는 구분돼야 한다며 업계 자정 노력을 강조했다. 변협은 "과장 광고나 그릇된 정보 제공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회복할 수 없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조시장 공공성을 해한다"고 우려했다.
 
변협은 향후 적극적인 계도를 펼치는 한편 탄력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변협 관계자는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 전 시정과 개선 요구를 통한 계도 정책을 보다 보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광고에 대한 규제 공백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