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주총 거버넌스 변화] "주주환원 요구 거센데"…난감한 금융지주사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해 주주 환원 강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금융지주사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였다. 당국이 금융권의 성과급 지급을 '돈 잔치'라고 비난하면서 과도한 배당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들과 행동주의펀드들은 역대급 실적을 내세워 주주 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는 주주 요구에 적극 응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금융당국은 최근 금융지주사 등을 상대로 주주 환원 정책보다 자본 건전성을 우선순위에 둘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권이) 주주 환원에만 집중한다면 고금리, 경기 침체 등 어려운 여건하에서 고통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취약 차주에 대한 자금 공급·지원 여력이 약화돼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배당보다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느냐가 먼저"라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특히 손실 흡수 능력을 확대하겠다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을 도입하는 은행업 감독규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금융회사 주주들 사이에서는 배당 확대 요구가 본격화하는 추세다. 국내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행동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얼라인 측은 금융주 기업가치 상향 일환으로 국내 7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대출성장률을 줄이고 주주 환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본 배치를 바꾸고 목표 주주 환원율로 최소 50%를 제안하는 공개서한을 발송했다.
대다수 금융지주사들은 고심 끝에 적정 수준의 배당 확대에 응하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이 경영진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 투표(세이온페이) 도입을 검토하는 등 주주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1%포인트 높인 27%로 결정하고 연내에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우리금융도 배당성향(26%)을 전년보다 0.7%포인트 상향하고 첫 분기배당을 예고했다. BNK금융은 배당성향을 전년 대비 2%포인트 높아진 25%로 정하고 당기순익의 2% 수준인 16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인 배당성향은 26.0%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30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은 전년보다 7%포인트 높은 33%로 상향했다. 신한금융도 배당성향은 26.0%에서 22.8%로 낮아졌지만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자사주 1500억원 규모를 소각하기로 하면서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맞췄다.
주주 환원을 둘러싼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에 주당 900원씩 결산배당을 요구했으나 JB금융이 1주당 715원 책정안을 고수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얼라인 측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라며 JB금융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