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이슈人] 허은아·김용태·이기인 "우리가 비윤? 尹대통령 옆에 마지막까지 남을 것"
2023-03-04 03:08
여의도 정치판에 아이돌그룹을 연상케 하는 4인방 ‘천아용인’의 행보가 연일 화제다. 오는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진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후보가 바로 그들이다. 아주경제는 당대표 후보로 나선 천 후보와는 이미 한 차례 만남을 가진 바 있기에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나머지 3인과 최근 합동 인터뷰를 진행했다.
4인방 중 유일하게 원내 인사인 허 후보의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만난 세 명은 마치 동아리 멤버를 연상케 했다. 그만큼 이들의 케미(사람 간의 화학적 결합)는 좋았고 따뜻했다. 격려와 응원의 눈빛이 자연스레 오갔다.
그리고 이들은 인터뷰 내내 국민의힘의 내년 총선 승리,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있었다. 처음엔 의아했지만 당연한 것이었다. 이들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 당원이지 않은가.
마치 데자뷔인가. 나와 다른 이야기를 인정하고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이다. 지금부터 딱 1년 전 윤석열 대선 후보가 했던 말이 아닌가. 당시 윤 후보는 소위 개딸(개혁의 딸들, 이재명 강성 지지자)의 마녀사냥 행태를 비판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은 표현의 자유에 있다”며 “다른 생각을 포용하지 못하다니. 저는 비판과 쓴소리에 늘 귀 기울이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런 윤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섰지만, 이들 3명은 지금 외롭기에 똘똘 뭉쳤다. 소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일제히 공격받고 있는 탓이다. 그런 그들은 왜 윤 정부의 성공을 말할까. 더 궁금해졌다.
다음은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청년) 최고위원 후보들과의 일문일답.
“정치는 외로운 것...천아용인, 함께하며 긍정적 시너지 내고 있어”
-마치 아이돌그룹처럼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좋은 시너지를 내는 것 같은데 어떤가?
=(허은아/이하 아) 셋이 모여서 마이너스가 안 되는 게 더 힘든데, 충분히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정치는 지지자들의 힘을 받고, 그 기운으로 후보들이 함께 성장하는 드라마다. 셋이 뭉쳤으니 도움이 안 될 리가 없다.
=(김용태/이하 용) 정치가 어떻게 보면 진짜 외롭지 않나. 최고위 지도부에 설령 혼자 들어간다고 하면 사실 할 게 많이 없다. 그래서 다 함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이기인/이하 인) 이런 말 하면 뭣한데, 지금 최고위에 나오신 후보 중에 안 팔리는 진열상품이 너무 많다. 그들끼리 진열해봤자 시너지가 안 난다. 재고만 쌓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신선한 신상품이다. 뭉쳤을 때 좋은 효과를 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비윤? 친윤? 실체가 없다...‘윤핵관’, 새로운 태양 뜨면 그리로 갈 것”
-소위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두고 당내 논란이 뜨거웠다. 여러분들은 ‘비윤 아니냐’고 당에서 공격도 많이 받았는데?
=(용) 우리는 보수정당으로 대민을 이끌어온 집권여당의 역사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국민에게 심판받고 정권 재창출을 못 한 이유는 ‘근시안적 사고’와 ‘편 가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또 ‘반윤(反윤석열)’ ‘비윤’ 운운하며 낙인찍기를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윤 대통령도 임기 말이 오면 정치의 원칙을 얘기하고 직언해주고 지켜줄 사람, 남을 사람은 결국 저희밖에 없을 것이다. 윤핵관은 새로운 태양이 뜨면 그것을 숭배할 것이고, 권력을 좇아서 아첨하기 바쁠 것이다. 윤 대통령이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어떻게 비윤이겠나.
=(아) 저도 같은 생각이다. 윤심을 자처하는 사람들, 진정한 윤심을 알고 말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저희 4인방은 권력에 줄 서지 않은 사람들,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미래 가치’만 보고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윤 대통령 임기가 5년인데, 이제 1년 지났는데 벌써 레임덕 얘기가 나온다. 진짜 레임덕이 오면 누가 옆에 있을지 잘 생각하셨으면 한다. 우리는 정권을 절대 민주당에 뺏기지 않을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 보수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알리고, 자랑스러운 정당을 만들고 싶다. 그게 진짜 윤심 아닌가. 권력에 줄 서는 사람들이 어떻게 윤심을 안다고 할 수 있나.
=(인) 친윤, 비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우리가 윤 대통령을 만나서 진짜 의중을 확인한 적도 없기에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친윤, 비윤으로 갈라치기하는 것은 윤핵관의 프레임이다. 저희가 결기를 가지고 전대에 나선 것은 과거 이한구 선대위원장의 ‘공천 칼춤’을 재현하지 않기 위함이다. 과거 ‘진박(진짜 친박근혜) 감별사’ 식의 논리만은 막고 싶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윤핵관은 당 지지율과 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가장 먼저 도망갈 사람들이다. 우리는 끝까지 당에 남을 것이고 마지막까지 윤 대통령을 지킬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 또 칼춤은 안 돼...경선 원칙, ‘전략 공천’ 최소화 해야”
-내년 총선 공천에 대한 강한 우려에서 이번 전대에 출마한 것 같다. 국민의힘의 ‘공천 원칙’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아)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가 필요하다. 누구든 경선에 나설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이다. ‘낙하산 공천’은 절대 안 된다. 이를 달리 말해 ‘전략 공천’이라고 그럴싸한 표현을 쓰지만, 결국 되는 곳에 쉽게 당선시키는 것이 바로 낙하산 공천이다. 정말 전략 공천을 하고 싶다면, 국민의힘이 이기기 힘든 험지에 보내 1년 전부터 표밭을 일구도록 해야 한다. 근데 선거 앞두고 겨우 2~3주 전에 내려보내는 게 무슨 전략 공천인가. 밥상 다 차려주고 떠먹기만 하는 낙하산 공천만큼은 없애야 한다.
=(용) 저는 ‘전략 공천’에 대해 생각이 다른데, 순수한 의미에서도 전략 공천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헌·당규에도 20%는 전략 공천할 수 있게 한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다만 전략 공천은 민주당의 특정 정치인과 맞서 싸울 수 있는 것으로 그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별로 차등을 줄 수 있고, 우리 텃밭인 영남 지역과 호남 지역에 수적으로 차별화해 전략 공천을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저 역시 원칙은 ‘경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 이런 문제는 최고위 지도부 입성했을 때 다 함께 논의해야 하고 저희끼리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우리가 선거운동을 같이하고 팀을 꾸렸지만, 이런 ‘공천 원칙’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런 부분에서 다들 같은 생각임을 또 확인하게 돼 놀랍다. 저 역시 ‘전략 공천’ 최소화, 험지에서 미리 공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선거철만 되면 소위 ‘거물급’이라고 해서 하늘에서 뚝 떨어트리는 공천을 하는데 말도 안 된다. 이제 국민도 바보가 아니다. 이런 건은 국민도 이해하지 못하고 설득력도 없다.
“친이준석계 아냐, 가치 판단 함께하는 동지일 뿐...천아용인 모두 당선돼야”
-천아용인 4인방이 ‘친이준석계’로 지칭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 저는 그 표현에 동의하지 않는다. 천하람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뛰어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 전 대표 역시 천하람이 빨리 컸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은 ‘훌륭한 청년 정치인이 많이 나와서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고, 그것이 구태 정치를 바꾸는 것이라 생각하더라.
지금 시대정신은 청년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시발점이자 터닝포인트가 이준석이라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힘입어 우리처럼 또 다른 젊은 정치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저희 4인방을 권력에 줄 서는 윤핵관과 대척점에서 친이준석계라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럽다. 우리는 윤핵관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
=(용) 친이준석계라고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나쁘다 구분할 수 없는 문제다. 이미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라는 운동회를 시작했다. 운동회 끝나면 다 같이 한 팀이 되겠지만, 이 와중에 윤핵관이 청군 백군 나누고 있다. 서로 같은 당이 아닌 양 부정하는 게 웃길 뿐이다. 국민이 냉정하게 잘 평가할 것이라 믿는다.
=(인) 뒤집어 생각해보자. 만약 조수진, 민영삼, 김병민, 김재원 등을 친이준석계라고 그냥 부르면 이렇게 화제가 됐을까 싶다. 일반 국민 지지층에서 천하람 후보가 지지율 1위인데, 이건 단순히 친이준석계라서 그런 게 아니다. 천 후보가 가진 폭발적이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에 민심이 반응한 것이다. 이 전 대표의 후광을 받은 것은 아니란 말이다. 우리에게 계파는 없다. 가치 판단을 명확하게 하는 동지만 있을 뿐이다.
-앞서 김용태 후보와 허은아 후보는 이준석 당대표 지도부 체제에서 각각 청년최고위원과 대변인을 하며 지도부 핵심 역할을 했다. 이준석 체제가 막을 내렸지만, 이후에도 당 혼란이 극심했다. 이에 대해 책임져야 할 사람은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나.
=(용) 저는 ‘이준석 지도부’의 일원이었다. 지금도 변하지 않는 원칙이 있다. 당시 이 전 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고 문제가 있었다면 최고위원들도 함께 도덕적 책임을 지고 그때 모두 동반사퇴했어야 했다. 그런데 최고위에서 결정하고 의총 추인까지 받았던 게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였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사태가 터지자마자, 조수진, 배현진 등이 갑자기 사퇴했다. 이해가 안 갔다. 그럴 거면 왜 권한대행 체제를 결정했나. (그들은 사퇴할) 명분이 없었다. 그게 틀렸다고 생각했고 무책임하다고 여겼다. 그런 점에서 마지막까지 사퇴 안 하고 저는 ‘이준석 지도부’로 남은 것이다.
=(아) 당시에 국민과 당원이 선출한 4명, 청년최고위원까지 총 5명이 있었다. 그런데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말고 나머지 4명이 ‘내부 총질’ 문자 이후 돌연 사퇴했다. 본인의 개인적 문제로 사퇴해놓고 이제는 다시 최고위원에 나선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그런 기회주의적인 행동 때문에 우리 당이 무너진 것이다. 만약 다시 이런 일이 생기면 그들 4명, 또다시 관두지 않으리란 법이 있나, 예단할 수 있나. 그들은 권력을 가질 기회만 있다면 바로 사표를 낼 것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결국 ‘천아용인’이 다 함께 당선돼야 한다.
=(인) (허 후보 말에 웃음) 김기현 후보의 당대표 당선이 유력하고, 동시에 친윤 일색 지도부가 꾸려질 것 같다. 그렇게 윤심 팔이 하는 사람으로 새 지도부가 꾸려지면 속수무책으로 (우리도) 당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 함부로 못할 거다. 국민 눈이 무서울 것이다. (공천 칼춤 같은) 제멋대로인 행태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천아용인이 꼭 당선돼야 한다. 혼자 들어가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지도부에 입성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