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유서 남기고 숨진 채 발견

2023-03-02 16:40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가해자 일당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0억원의 전세 사기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빌라왕' 사건의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해당 피해자는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30대 남성으로, 사망하기 전 "조속한 지원책이 필요하다" 등 편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40분쯤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30대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의 지인은 A씨와 연락이 되지 않자 집으로 찾아 갔지만, 문이 열리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의 휴대전화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고 적힌 메모 내용이 있었다. 또 A씨는 메모에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한 조속하고 폭넓은 지원을 촉구하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전세사기를 당해 7000여만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우선변제 대상에서 제외돼 주변에 어려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선변제는 세입자가 거주하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 전세금 일부를 우선 변제해 주는 것으로 소액임차인만 해당한다.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는 "A씨는 대책위에서 활동했던 분이다. A씨의 사망과 관련해서 추후에 입장문을 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범죄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 A씨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계된 상태다.
 
한편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사기를 저지른 건축왕 B씨는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전세 보증금 126억원을 세입자들에게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B씨를 비롯해 범행에 가담한 인물만 수십 명에 달하며, 이들은 미추홀구 일대 아파트와 빌라 등 공동주택 163채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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