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나선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춰 통신 관련 규제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현지시간)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3 첫 키노트 기조연설자로 나서 "EU 집행위원회는 며칠 전 망 이용대가 법제화에 대한 의견 수렴(컨설테이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열린 미래의 비전'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첫 키노트 세션에는 브르통 위원 외에 텔레포니카, 오랑주 등 유럽 주요 통신사 CEO가 참석해 이동통신사와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빅테크 간 네트워크에 관한 공정한 분담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브르통 위원은 "EU는 유럽 시민과 기업이 2030년까지 안정적이고 빠른 기가비트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더 빠르고 효율적인 기가인터넷을 구현하기 위해 지난주 '기가비트 인프라스트럭처법'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과 규제는 시대에 발맞춰가야 한다. 현행 규제는 과거 기술을 기반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늘날 상황은 이전과 매우 다르다"며 "네트워크 사업자(ISP)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CP)를 구분하는 이분법적 선택은 오늘날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 빅테크들은 클라우드와 플랫폼 서비스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통신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막대한 현금보유량을 토대로 '클라우드 RAN(C-RAN) 네트워크'를 개발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게 그 증거"라며 새로운 규제 법안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브르통 위원은 이어 "현재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논의가 통신사와 빅테크 간 공정 분담을 둘러싼 분쟁으로 묘사된다. 물론 공정한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은 찾아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진정한 과제는 유럽 시민들이 빠르고 안전한 망에 연결되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브르통 위원의 기조연설에 앞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 텔레포니카 최고경영자는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통신사, 빅테크 등) 모든 사업자가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며 "통신사와 빅테크 간 협력이 더 많은 성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의 이동통신사인 오랑주의 크리스텔 하이데만 CEO는 "인터넷으로 큰 이익을 얻는 빅테크가 인프라 투자에 참여하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트래픽이 폭증하는) 현재 상황은 통신사에게 '지속 불가능'하다"며 "네트워크 비용에 대한 공정하고 직접적인 기여가 향후 10년을 대비하기 위한 더 나은 인터넷 환경을 만들 것이다. (빅테크의 분담은) 공공 기금 방식보다는 사적인 계약·투자 방식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MWC 2023 개막 이튿날인 28일(현지시간)에는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주제로 하는 여섯째 키노트 세션에서 망 이용대가에 대한 넷플릭스의 입장을 밝히는 기조연설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