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Pick] 이재명 '가결 같은 부결'에 뿔난 개딸들, '野 수박 깨기' 시작됐다

2023-02-28 10:37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수박XX' 명단이 돌며,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한 당내 이탈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최소 31표에 달하는 이탈표가 발생하자, 소위 ‘개딸’(개혁의 딸, 이 대표 강성 지지자)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지난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297명이 표결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표결에 참석한 점을 고려하면 최소 31명이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일명 ‘수박XX’라는 명단이 돌고 있다. 수박은 겉은 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보수 성향인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의 속어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사실상 ‘가결에 버금가는 부결’ 결과가 나오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을 지칭하는 욕설로 쓰이고 있다.

SNS에는 전날 이탈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민주당 의원들의 명단이 구체적으로 돌고 있다. 지역구별로 상세히 정리돼 있어, 사실상 내년 총선 낙마를 겨냥한 저격인 셈이다.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비명(비이재명)계의 탈당 등을 요구하는 당원들이 몰려, 민주당 홈페이지는 한때 접속불가 상태를 빚기도 했다.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올린 수박XX 명단은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에 반대한 의원들로 추정된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애초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당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추가됐다. 이를 두고 당시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를 비호하기 위한 당헌 개정이란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이 대표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실제 누가 찬성, 반대 표를 던졌는지 혹은 무효, 기권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명단에 포함된 일부 의원들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이 보내는 탈당 권유, 내년 총선 낙마 관련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개딸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항의 문자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커밍아웃’을 했다고 전했다. 한 지지자가 “의원님도 수박XX 리스트에 들어가 있던데 정말인가, 충격이다. 확실한 답을 들려 달라”고 문자를 보냈고, 이 의원은 “저는 (체포동의안) 부결 표를 던졌다.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검찰수사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체포동의안 이탈표 논란은 당내 비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의 장외 설전으로도 번지고 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민형배 무소속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결 과정에서 ‘부’자를 ‘무’자로 흘려쓴 기표용지 사진을 올린 뒤 “흘려 쓴 ‘부’자가 원래 자신의 필체가 아니라 의도적인 무효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이었다면, 그 의원은 제 발로 걸어나가 집을 향하는 게 어떨까”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도 “이 대표가 대선을 이겼으면 자기가 가장 공이 크다고 하고 다녔을 사람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비명계는 이번 ‘반쪽짜리 부결’이 이 대표에 대한 진짜 목소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상민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권과 무효표까지) 찬성이라고 봐야 한다.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다. 당을 걱정하는 목소리나 생각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결을 던진 의원 중에서도 당이 ‘방탄’ 정국으로 가거나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불체포특권 폐기를 이제 와서 뒤엎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종용했다.
 

[사진=트위터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