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년을 앞둔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흔들림 없는 지원을 하겠다”며 러시아는 결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20분가량 폴란드 왕궁 정원의 쿠비키 아케이드에서 연설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흔들림 없는 지원을 약속하면서 러시아와 인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쪽 측면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서방이 러시아를 공격하려고 한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년 전 세계는 키이우의 몰락에 대비하고 있었다”며 “나는 말할 수 있다. 키이우는 강하고, 키이우는 자랑스럽고, 당당하고, 자유롭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탱크를 우크라이나로 굴러가라고 명령했을 때 그는 우리가 굴복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는 틀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나토가 분열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통합됐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지원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있어선 안 된다"며 "나토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분열되지도 지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린 나토의 모든 영토를 수호할 것이며, 러시아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러시아의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통해 러시아를 통제하거나 파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오늘 주장한 것처럼 서방은 러시아를 공격할 음모를 꾸미지 않았다”며 “이 전쟁은 절대 필요하지 않았다. 비극이다. 푸틴 대통령이 이 전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뉴스타트 중단 주장과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푸틴 대통령에 해당 결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다만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뉴스타트 참여 중단 결정은 뒤집힐 수 있다”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조약 복귀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뉴스타트 조약은 지난 2010년에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와 러시아 대통령이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맺은 것으로, 전략적 핵탄두의 수를 제한하는 게 골자다. 2026년 만료 예정인 이 조약은 우크라이나를 둔 긴장 고조로 이미 사찰이 중단됐으나, 각 국가가 상대국의 핵무기를 물리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연설에 앞서 푸틴 대통령이 국정 연설을 통해 “누구도 세계 전략적 균형을 해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주장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년간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해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이번 전쟁은 냉전 이후 나토의 동쪽 확장으로 인해 일어났다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키이우 정권과 서방 지배자들의 인질이 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은 그가 현실 감각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러시아의 미사일 한 발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강타하며 6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