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바젤Ⅲ' 개편안 내년 시행...은행 등급화·리스크 관리 핵심'

2023-02-19 14:04
중소은행 자본 규제 완화
영세기업 대출 지원 강화
대출 리스크도 세분화 관리
'금융 베테랑' 이후이만
차기 은보감회 수장설

중국 인민은행 [사진=로이터]

‘중국판 바젤Ⅲ(국제결제은행의 은행건전성 감독 규제) 개편안’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은행별로 등급을 나눠 자본 감독 규제를 차등화하고, 위험가중치를 세분화해 부실대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도록 한 게 이번 개편안의 핵심 내용이다.
 
중소은행 자본 규제 완화···영세기업 대출 지원 강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는 17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상업은행 자본관리방법' 수정안(초안)을 발표해 의견 수렴에 돌입했다고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이 18일 보도했다. 

총 24개 부속문건, 40만자로 이뤄진 이번 초안은 무엇보다 자산 규모와 업무 복합성 등에 따라 은행을 3개 등급으로 나눠 자본 관리 감독을 차별화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1등급 은행의 경우 70개 이상 세부 자본 항목을 공개하도록 한 반면, 2등급 은행은 자본구성·자기자본비율·위험가중자산·차입율 등 8개 항목, 3등급은 자기자본비율·자본구성 등 2건의 기본 항목만 공개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전년도 말 자산 5000억 위안(약 94조원) 이상이거나, 혹은 전년도 말 대외부채가 300억 위안 이상으로 대외부채가 전체 자산액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은행을 1등급으로 분류해 국제 은행 건전성 기준에 따라 엄격한 규제를 적용한다. 

반면 전년도 말 자산 100억 위안 이상, 혹은 자산은 100억 위안 이하지만 대외부채가 있는 은행은 2등급으로 분류해 1등급보다 간소화된 규제를 적용한다.

이 밖에 전년도 자산 100억 위안 이하의 영세은행은 3등급으로 분류해 대폭 간소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대출 장벽을 낮춤으로써 이들이 영세기업 대출을 지원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 부실대출 리스크 예방 초점
이뿐만 아니라 은행 위험가중자산(RWA) 조항을 수정해 리스크를 면밀히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특히 은행 리스크 유발 요소 관리 범위를 늘리고 위험 가중치도 한층 더 세분화했다. 예를 들면 리스크가 큰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부동산 유형·상환금 출처·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으로 세분화해 각각 위험 가중치를 설정한 것이다. 이는 최근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 속 부실대출 위험에 노출된 악성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밖에 초안은 은행권의 자산관리상품 투자에 대한 자본 요건도 처음 마련했다. 기초자산에 대한 상세 자료가 없어 위험 가중치를 제대로 계산할 수 없는 자산관리상품에 투자할 경우 1250% 위험 가중치를 할당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 초안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은보감회는 이번 개편안은 중국 은행업의 실질적 상황에 기반해 바젤3 개편안을 결합해 마련한 것이라며 은행권의 리스크 예측 정밀도를 높이고 은행이 실물경제를 더 잘 지원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은보감회는 이번 개편안 시행으로 은행별 자기자본비율에 소폭 변동은 있겠지만,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편안은 2012년 6월 중국이 ‘상업은행 자본관리방법’을 시행한 지 약 10년 만에 마련된 것이다. 지난 10년간 경제·금융 형세와 상업은행 업무 모델 변화로 리스크 감독이나 은행별 차등화 관리 필요성이 높아졌으며, 특히 중소은행에 적용하는 자본 규제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뤄졌다.

게다가 최근 중국 경기 침체로 은행권 부실대출 리스크도 커졌다. 중국은 지난 11일에도 '상업은행 금융자산 위험 분류방법'을 발표해 기존의 대출 이외에 채권 및 기타투자, 은행간대출, 미수금, 부외자산 등 다른 금융자산에 대해서도 위험도를 분류하도록 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바 있다. 
 
'금융 베테랑' 이후이만···차기 은보감회 수장설

이후이만 증감회 주석 [사진=신화통신]

한편 시진핑 집권 3기 중국 금융감독 부문 수장도 대대적으로 교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궈수칭 은보감회 주석이 은퇴하면서 이후이만(易會滿)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후임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17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후이만 주석은 1965년 12월생 저장성 원저우 출신으로,  베이징대 경영대학원(MBA) 석사, 난징대학교 경영학 박사 출신이다. 세계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에 30년 넘게 몸담으며 회장까지 오른 금융 베테랑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은행권이 부동산 위기와 급증하는 부실대출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이 주석이 취임할 것이라며, 궈수칭 현 주석의 뒤를 이어 은행업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주석은 그간 증감회 주석으로 재임하면서 불법 사모펀드 단속, 내부자 거래 철퇴, 주식등록발행제 개혁, 글로벌은행 투자 확대 허용 등과 같은 굵직한 개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천즈우 홍콩대 금융학과 교수는 블룸버그에 은행업에 잔뼈가 굵은 이후이만이 차기 총리와 부총리에 오를 것으로 유력한 리창, 허리펑과 손발을 잘 맞출 것으로 기대하며, 리창과 이후이만 모두 '상인의 고장'이라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 출신으로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성향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이만이 은보감회 주석으로 옮겨가면서 공석이 된 증감회 주석직엔 우칭(吳清) 상하이 상무부시장이 임명될 예정이라고도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우 부시장은 과거 2000년대 증감회에 몸담았던 당시 터진 대형 주가조작 사건 '더룽 쇼크' 때 증권사 30여곳을 단속··폐쇄하면서 '증권사 도살꾼'이란 별명을 얻은 인물로 잘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