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블록경제 재현] 제2의 대공황 엄습, 韓경제 최대 시험대
2023-02-17 01:00
"우리가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두려움 그 자체다."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표류하던 미국호(號)의 새 수장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같은 취임 일성으로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각국은 경제적 장벽을 쌓고 관세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식으로 각자도생을 도모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로 상징되는 경제 블록화의 효시다.
"대공황 이후 본 적 없는 위기가 시작됐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해 새 저서 '초거대 위협'을 내놓으며 던진 경고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와해, 탈(脫) 세계화 등 복합 위기가 도래하면서 100년 만에 블록경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미국은 예의 고립주의 DNA가 다시 발현하고 있고, 그에 맞선 중국도 독자 공급망 구축에 여념이 없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경제체들도 속속 자력갱생에 나서고 있는 상황. 자원 없이 교역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 경제가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을 2.7%에서 2.9%로 상향한 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이 세계 경제 둔화 과정에서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수출 성장세는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은 -9.9%로 수출 상위 6개국(미국·중국·일본·독일·이탈리아) 중 가장 부진했다.
무역 여건 악화는 고용 불안으로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2020년 2.90%, 2021년 2.89%, 지난해(1~9월 기준) 2.83% 등으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정만기 무협 상근부회장은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가 14만개 날아간다"며 최근의 점유율 악화로 45만~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혈맹으로 여겼던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카드를 꺼내 들며 '자유무역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걷어찼다.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는 중동·중남미·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며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와 원자재 수급 안정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을 계기로 이념 중심의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며 "보호무역 확산으로 우리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자본이 유출되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박석재 우석대 경제학부 교수는 "블록이 많이 생길수록 우리도 어디든 가입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정치·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3년 표류하던 미국호(號)의 새 수장이 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 같은 취임 일성으로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전 세계를 휩쓸었고, 각국은 경제적 장벽을 쌓고 관세율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식으로 각자도생을 도모했다.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로 상징되는 경제 블록화의 효시다.
"대공황 이후 본 적 없는 위기가 시작됐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해 새 저서 '초거대 위협'을 내놓으며 던진 경고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와해, 탈(脫) 세계화 등 복합 위기가 도래하면서 100년 만에 블록경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터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미국은 예의 고립주의 DNA가 다시 발현하고 있고, 그에 맞선 중국도 독자 공급망 구축에 여념이 없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 경제체들도 속속 자력갱생에 나서고 있는 상황. 자원 없이 교역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 경제가 최대 시험대에 올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성장률을 2.7%에서 2.9%로 상향한 반면 우리나라의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이 세계 경제 둔화 과정에서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우리 수출 성장세는 하강 국면으로 들어섰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수출 증가율은 -9.9%로 수출 상위 6개국(미국·중국·일본·독일·이탈리아) 중 가장 부진했다.
무역 여건 악화는 고용 불안으로 직결된다.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2017년 3.23%에서 2020년 2.90%, 2021년 2.89%, 지난해(1~9월 기준) 2.83% 등으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정만기 무협 상근부회장은 "수출 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일자리가 14만개 날아간다"며 최근의 점유율 악화로 45만~5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혈맹으로 여겼던 미국은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의 카드를 꺼내 들며 '자유무역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를 스스로 걷어찼다. 미·중 간 디커플링(탈동조화) 심화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노선을 유지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부는 중동·중남미·동유럽·중앙아시아·아프리카 등으로 경제 영토를 확장하며 무역수지 적자 폭 축소와 원자재 수급 안정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을 계기로 이념 중심의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는 게 과거와 다른 점"이라며 "보호무역 확산으로 우리 경상수지가 악화하고 자본이 유출되면 국가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박석재 우석대 경제학부 교수는 "블록이 많이 생길수록 우리도 어디든 가입이 돼야 할 것"이라며 "정치·경제적 이익을 고려해 냉철한 판단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