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 녹취록' 속 김만배 육성...곽상도 뇌물 증거서 배제...法" 전문진술"

2023-02-09 18:29

곽상도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돈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녹취 정황이 재판에서는 뇌물 혐의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전달된 ’전문 진술‘을 원칙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전날 선고한 곽 전 의원의 판결문에서 검찰이 제출 증거의 증거능력이 있는지 판단하고 근거를 설명하는 데 약 40쪽을 사용했다.
 
이 중에는 회계사 정영학씨가 2012년부터 김만배씨 등과 나눈 대화를 녹음했고 이 중 일부는 곽 전 의원 재판에도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도 포함됐다.
 
재판부는 해당 녹음파일이 '김씨가 정씨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만 효력이 있을 뿐,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거나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로 쓰일 순 없다고 판결했다.
 
김씨가 정씨에게 전달한 곽병채씨와의 대화 내용이 형사소송법상 원칙적으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 전문진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피고인 김만배의 (녹음 파일 속) 진술은 피고인이 아닌 자인 곽병채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로 전문진술"이라며 "그런데 곽병채는 공판에 출석해 증언했으므로 전문진술을 증거로 인정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정씨의 녹음파일 가운데 전문증거가 아닌 원진술에 해당하는 내용은 대부분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전날 곽병채씨가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성과급 조로 받은 50억원이 이례적으로 큰 액수라면서도 그가 경제적으로 독립해 곽 전 의원이 돈을 직접 받았다고 평가할 수 없고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뇌물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