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가시화→심화"...수출 부진에 연초부터 '잿빛' 전망

2023-02-07 12:00
KDI 7일 '2월 경제동향' 발표..."내수 회복세 약화"
반도체·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출 부진 심화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수출 야적장이 환한 불빛을 밝히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연초부터 잿빛이다.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이 새해 첫 달부터 삐그덕거리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2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심화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쪼그라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KDI는 지난해 9월과 10월 '경제 회복세 약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11월에는 '회복'이라는 표현을 빼고 '성장세 약화', 12월에는 '경기 둔화 가시화'라고 진단했다. 이달 내놓은 전망은 더 암울하다. 경기 둔화 '가시화'라는 표현을 '심화'로 바꾸면서 한국 경제를 한층 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부문별로는 12월 전산업생산의 경우 전월(1.2%) 증가에서 0.8% 감소로 전환됐다. 전월 대비(계절조정)로는 1.6%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0.3%로 전월(72.8%) 대비 급락했다. 재고율(126.0%)도 전월(127.4%)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생산(-7.3%)은 전월(-3.4%) 대비 급감했다. 자동차(12.1%)가 증가했으나 반도체(-15.8%), 전자부품(-41.5%), 화학제품(-16.0%) 등 대부분 품목에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서비스업 생산(3.7%)은 숙박 및 음식점업(6.8%→16.4%)과 금융 및 보험업(7.7%→11.3%)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다. 전월대비(계절조정)로는 넉 달 연속 감소하면서 회복세가 약해지는 모습이다.

경기 전망이 악화한 주요 원인은 수출 부진이다. 1월 수출은 전월(-9.6%)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16.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는 21.9%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으나 반도체(-44.5%), 철강(-25.9%), 석유화학(-25.0%) 등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심화했다. 지역별로는 대중 수출(-27.1%→-31.4%) 감소 폭이 확대된 가운데 양호한 흐름을 보이던 대미 수출(6.7%→-6.1%)도 감소하는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부진이 가시화한 모습을 보였다.

12월 교역조건은 -5.0%로 전월(-4.9%)과 유사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12월 무역수지는 105억9000만 달러 적자로 전월(-46억9000만 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공공요금 인상으로 하락세가 제약되면서 5.2%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반영된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상승률은 전월과 동일한 4.1%이었다. 서비스물가(4.0%→3.8%)는 개인서비스(6.0%→5.9%)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점진적으로 둔화하는 흐름을 유지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회사채시장과 단기자금시장의 신용 불안이 완화되는 등 금융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1월 국고채 금리(3년)는 3.33%로 전월(3.72%)보다 소폭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월 말(1264.5원)보다 하락한 1231.9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