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기술·자원 강국' 아르헨 과기혁신부 장관 인터뷰 "우주·원자력·리튬 협력 강화"
2023-02-06 09:46
아르헨티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우승국이자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배출한 '축구의 나라' 혹은 광대한 초원 팜파스를 배경으로 한 '쇠고기의 나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남미의 과학기술 강국인 동시에 풍부한 리튬을 보유한 자원 부국이기도 하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과학기술 투자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한국과 전방위적 기술 협력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과학기술 및 공업 수준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동시에 고용 등 경제 회복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음은 3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있었던 필무스 아르헨티나 과학기술혁신부 장관, 아드리아나 크리스티나 세르키스 국립원자력위원회 위원장과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다.
기자: 이번 방한의 주요 성과는 무엇인가?
필무스 장관(이하 장관): 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다지고 더욱 심화할 수 있었다. 양국 모두에게 중요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우주, 원자력, 바이오테크, 나노테크 등의 분야들이다. 작년 8월 아르헨티나 외교 차관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양국 간에 맺은 MOU를 이행하는 것 또한 이번 방한의 의미가 있다. 5G, AI, 정보통신 분야의 신기술 등 협력이 그것들이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해왔고 또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아르헨티나에 진출해있다. 지금까지 양국 관계가 통상, 정치, 외교 관계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보다 심층적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자: 아르헨티나와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자: 우주 분야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기대하나?
장관: 아르헨티나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통신 위성과 지구 관측용 위성을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그래서 현재 운영 중인 위성 영상을 공유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했다. 한국은 X밴드 위성, 아르헨티나는 L밴드를 사용하고 있어서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아르헨티나는 앞으로 여러 위성들을 만들 계획을 가지고 있고, 발사대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이 위성과 항공우주 분야에서 최근에 큰 업적을 이루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위성 발사대는 대서양 남부 지역에 위치할 것이기 때문에 입지 조건이 한국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최근 중남미 국가들이 중남미우주청(ALCE)을 결성했고 1차 총회가 올해 멕시코에서 개최될 예정인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께서도 참석 의지를 표명했다. 여기서도 한국이 함께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아드리아나 국가원자력위원장: 우리가 한국원자력의학원에 붕소중성자포획치료(BNCT) 관련 가속기를 수출해서 관련 협의를 이어오고 있고, 앞으로도 지속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 관련 개발 산업 협력을 논의했다. 한국은 세계적 핵융합 프로젝트인 이터(ITER)에 참여를 하고 있고, 핵융합 장치인 KSTAR도 개발했다. 한국 측이 관심을 보인 것은 리튬-6, 리튬-7 동위원소 분리 기술인데 핵융합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협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많은 진전을 이루었는데, 아르헨티나 역시 자체 SMR인 '까렘'을 2027년 운영할 계획이다. SMR는 전 세계적으로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원전의 주요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의 협력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장관: (이종호) 장관님과 다양한 연구원들과 만나면서 합의한 것이 양국 박사 과정 및 박사급 연구원들을 서로 교류하고 교육시키는 것이다. 양국 정부가 연구자 지원 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연구자 교류를 할 계획인가?
장관: 전반적으로 에너지 전환 관련 분야의 교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리튬과 수소가 에너지 전환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나노 기술도 중요하다. 원자력, 우주 분야에 있어서도 교류와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아르헨티나는 농축산 분야의 기술 수준도 상당히 높고 경쟁력 있는 국가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도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HB4'라고 하는 저항성이 뛰어난 종자와 관련해 한국과 협력을 한 사례가 있다.
기자: 리튬 분야에서는 어떠한 협력이 가능한가? 그리고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과 관련해 아르헨티나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아직 체결되지 않아서 아르헨티나 리튬 사용 시 IRA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이 부분에 대해 어떠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나?
장관: 포스코뿐 아니라 한국의 여러 기업, 연구원들과 추진하고자 하는 협력 사업은 첫 번째로 친환경 채굴 기법 연구이다. 환경에 최대한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채굴하는 기법에 대해 협업을 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는 리튬의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은 관심이 있다. 리튬 생산 관련 독자적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우리 목표 중 하나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리튬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진출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상당한 자동차 생산 강국이다.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면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중남미에서 생산된 배터리로 전기차를 생산하고 수요에 대응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자동차 산업은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e모빌리티는 굉장히 관심있게 보고 있는 분야이다.
장관: FTA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다. 아르헨티나는 메르코수르(남미 경제 협력체) 가입국으로 교역 정책을 펼칠 때 다른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조율을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와 비슷하다. 그래서 선진국들의 보호주의적 교역 정책에 대해 안타까움을 가질 때가 있다. 관세 장벽에 부딪힐 때가 많다. 미국이나 유럽,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쇠고기를 한국에 수출하려고 할 때 상당히 어려움이 있어서 (주한 아르헨티나) 대사님을 들볶기도 했다. 칠레는 메르코수르 회원국이 아니어서 자체적으로 교역 정책을 펼친다. 하지만 메르코수르는 원자재 생산뿐 아니라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처럼 산업 분야에서도 강점이 있고 체계가 잡힌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고용이 창출되는 것은 농축산 분야가 아니라 이러한 산업 분야이기 때문에 FTA를 체결하고 협상을 할 때는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하고 추진한다.
기자: 방한 일정이 상당히 빡빡했는데 이번 방한의 전반적인 소감은?
장관: 첫째로 아르헨티나가 한국처럼 계속 과학기술 발전에 매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또 방한 중에 만난 여러 한국 관계자분들이 아르헨티나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 의지가 아주 강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한국의 발전상을 고려했을 때 아르헨티나와 상당히 상보적 협력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하게 됐다. 셋째로는 한국이 아르헨티나만큼이나 아르헨티나의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기뻐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만난 과기부 장관님도 미팅 시작할 때 우승에 대한 축하 인사로 시작을 했는데, 한국 국민들과 정부가 다 힘을 합해서 저희를 축하해 주는 것 같아서 상당히 고마웠고 또 메시의 그런 특별한 마무리도 다들 축하해주셔서 뜻 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