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개편, 中 전기버스 정조준했다…100% 지급선 놓고 '눈치보기'

2023-02-03 06:40

정부가 발표한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은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의 차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서비스센터를 구축하고 오랫동안 사업을 영위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산차 브랜드와 큰 차별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국내 고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난해 논란이 된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조금 싹쓸이’를 직접적으로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2일 공개했다. 주요 개편안은 전기승용차 가격이 57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 100% 수령이 가능해진다. 작년 상한선이던 5500만원보다 200만원 높여 국내 완성차 업계와 수입차들의 전기차 가격 책정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아이오닉5’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상한선 5500만원을 충족하고자 ‘E-라이트 HTRAC’라는 신규 트림을 편성해 가격 5495만원을 책정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향후 연식변경 모델 출시 때 5700만원 이내에서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5700만원 이상에 8500만원 이하의 전기승용차는 보조금이 절반만 지급해 작년과 동일한 수준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인 테슬라는 최근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최대 20%까지 할인하며 재고 줄이기에 한창이다. 이를 고려할 때 국내 전기차 보조금 대상 폭을 확대하고자 각 모델마다 가격을 더욱 낮출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전기버스 등 전기승합차 보조금(대형 7000만원‧중형 5000만원) 중 ‘배터리 밀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신설하며 중국 전기버스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중국산 전기버스 대다수는 중국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장착하는 중이다. 밀도는 1ℓ당 400Wh/L(와트시/리터) 미만으로 낮다.

배터리 밀도가 1ℓ당 500Wh 이상이면 보조금을 100% 지원받을 수 있지만 500Wh 미만 450Wh 이상이면 90%, 450Wh 미만 400Wh 이상이면 80%, 400Wh 미만이면 70%만 준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고밀도 배터리 위주로 양산에 나서고 있으며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도 고밀도 배터리를 적극 차용하고 있다. 결국 국내 버스운영사들이 중국 전기버스보다 국내산 전기버스 구매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에서는 중국 전기버스 제조사들이 배터리 밀도를 500Wh로 상향한 뒤 국내 수출에 나선다면 보조금 100% 지급이 가능해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고밀도 배터리를 장착하려면 배터리 공급과 양산, 고밀도 배터리 장착의 기술적 해결 등이 뒤따르면서 빠른 교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배터리 밀도 차등이 중국산 전기버스의 보조금 침탈 문제를 한시적이나마 방어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들이 직영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정비이력 전산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사후관리체계 1등급으로 평가받으면 보조금 100%를 지급하기로 했다.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전산시스템이 존재하면 2등급으로 90%, 서비스센터는 없지만 전산시스템이 없으면 3등급으로 80%가 지급된다. 

이 역시 수입차들의 반발을 최소화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당초 환경부는 직영서비스센터와 전산시스템 유무로 성능보조금을 50%까지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입차 업체들과의 간담회에서 대대적인 반발에 부딪히자 타협안을 도출했다. 국내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영위한 수입차들은 대부분 협력업체를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이번 보조금 정책으로 인한 차별적 조치는 사실상 피하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