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세계시장 잠식하는 中 자동차… 눈치채지 못한 美

2023-01-28 16:2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이 눈치채지 못한 새 중국산 자동차가 조용히 세계시장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 발표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자동차 수출량은 311만1000대로 전년 대비 54.4% 증가했다. 이에 중국은 불과 1년 전인 2021년만 해도 세계 자동차 수출국 6위였으나 2022년에는 일본에 이어 2위로 뛰어올랐다.

이게 끝이 아니다. 중국 정부 지원 기관인 중국자동차공업협회의 쉬하이둥 부수석 엔지니어는 중국이 앞으로 2030년까지 80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자동차 1위국인 일본 판매량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에 대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재편하는 동시에 무역 파트너 및 경쟁국들과의 새로운 긴장을 촉발할 수 있는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과거 저가 전자기기나 장난감 등을 주로 생산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술집약적인 자동차 산업에 있어서도 중국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크게 늘어난 주요 이유로 블룸버그는 △중국의 기술력 상승 △자동차 선진국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아시아, 중동, 남미를 중심으로 한 판매 전략 성공 △해외 유명 자동차 브랜드 인수 전기차 부문의 강세 △내수 시장 위주 전략 탈피 등을 꼽았다.

중국 자동차 수출의 첨병에 선 것은 전기차이다. 중국 정부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집중 지원한 전기차는 2022년 수출량이 67만9000대로 전년 대비 1.2배나 증가하며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더욱이 기후변화 대처를 위한 전세계적인 탄소 감축에 대한 공감대를 마련하면서 전기차 산업에 힘을 실어주었다.

중국 전기차업체 아이웨이스의 해외 영업 부사장인 알렉산더 클로제는 “배터리로의 전환은 자동차가 더 이상 차이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공평한 경쟁 조건을 조성했다”고 언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역시 25일 테슬라의 4분기 실적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질문에 그들은 “가장 열심히 일하고 가장 스마트하게 일한다”며 “추측해보자면 중국의 어느 자동차업체가 테슬라에 이어 2위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자동차의 급부상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그에 대한 부분적 이유로는 중국 자동차 수출 급증이 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일어난 데다, 중국의 주요 수출 시장이 미국보다는 유럽과 아시아 및 라틴아메리카 등에 집중됐다는 것을 지목했다. 또한 미국에서는 트럼프 정부 당시 도입된 중국산 상품에 대한 고관세가 계속되면서 중국산 자동차의 매력이 크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수출의 급증에 경쟁사 및 경쟁국들로부터 차츰 견제의 눈초리가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유럽에 대한 전기차 수출이 크게 늘어나면서 정치적 반발로 이어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로디움그룹의 아가사 크라츠 이사는 “중국업체들의 품질이 좋아지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또한 중국의 과잉생산에 따른 부분도 있다”며 “이것이 불만사항이 될 것이다. 무역 보호 측면에서 유럽으로부터 강한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그들(중국)을 감시망에 올려두고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은 (첫 내연기관 자동차가 발명된) 1886년 이후 가장 흥미진진한 시기인 동시에 가장 불확실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의 지원과 함께 나날이 높아지는 기술력,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중국의 자동차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전 포드 임원이자 현 상하이 소재 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스테픈 다이어 이사는 “(업계 내) 변화가 생긴 것 같다”며 “장기적 추세로 보면 전 세계에서 중국 브랜드들의 판매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