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IRA…현대차, 올해 넘어야 할 산 많다

2023-01-26 18:32
지난해 최대 실적 경신에도 올해 신기록 행진 불투명
비인기 차종 재고 쌓이는 중…인도 등 신시장 판매 확대해야
경쟁력 갖춘 모델 출시‧지역별 판매 전략 관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경신한 현대자동차가 올해는 고금리 여파로 인한 주요국 경기 침체에 실적 신기록을 이어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경영 실적을 발표하면서 연간 실적과 분기 실적 모두 최대치를 경신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9조8198억원, 매출액은 142조527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21.2% 증가했다. 4분기 개별로는 영업이익 3조3592억원, 매출액 38조52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19.6%과 24.2% 늘었다.

지난해 실적 호조는 전체적인 차량 판매 확대가 이어진 점과 제네시스를 비롯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효과와 판매 관리비 절감 등이 실적 경신을 거들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난 점도 실적 고공 행진을 이어간 비결이다. 미국에서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78만675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0.9% 줄어들었지만 경쟁사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해 상대적으로 선방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제네시스 차량이 판매 급증세를 보이는 등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2년 연속 판매량 5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유럽에서도 전년 대비 0.5% 늘어난 51만8566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유럽 자동차 시장은 전년보다 4.1% 역성장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유럽 시장 점유율은 9.4%로 처음으로 연간 9%대를 달성했다.

다만 올해에도 현대차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지 의문인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를 비롯한 고금리 여파로 신차 수요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으며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란 최대 난관이 사정권에 들었다.

더욱이 일부 비인기 차종은 재고가 빠르게 쌓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고량을 낮추기 위한 할인 프로모션 확대가 이뤄진다면 판관비 증대로 영업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 업계 안팎에서는 동남아와 인도 시장 등 신흥시장 판매량을 더욱 늘리면서 고급 모델 위주의 판매, 중국 시장 회복이 경기 침체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기아는 80만7067대로 역대 최대 판매량을 달성한 바 있다. 현대차가 인도에 첸나이 공장을 설립한 1998년 이후 25년 만에 달성한 기록이자 1위인 일본 마루티스즈키(157만6025대)에 이은 2위 판매량이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 중이다. 현대차그룹의 지역별 판매량 순위에서도 인도는 미국과 우리나라에 이어 판매량 3위 국가로 등극했다.

이러한 신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서 생산 인프라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는 2019년부터 첸나이 공장에 1조원가량을 투자해 전기차 생산 설비를 갖추는 등 현지 전동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되면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정상화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현대차는 지난해 출고대란으로 쌓아 놓은 대기물량이 많고 출시한 신차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만큼 지역별 판매 전략을 잘 짜면 좋은 실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서울 양재동 본사 [사진=현대자동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