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뇌분석은 상대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

2023-01-19 16:30
뇌과학 사업화 통해 비의료 목적 서비스 시장 진출
첫 서비스 앨사이어니, 뇌분석 통해 자녀 이해 도와
연령별 수요 맞춘 서비스 확대...2024년부터 해외 공략 본격화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사진=뉴로게이저]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철학 분야에서는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했으며,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는 행동의 동기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해부학을 통해 인간의 모든 활동의 중심이 되는 뇌를 살펴볼 수 있게 됐지만, 이는 죽은 상태의 뇌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살아있는 뇌의 세부적인 모습도 살펴볼 수 있게 됐다. 특히 뇌과학 분야 연구가 이어지면서 부위에 따라 어떤 기능을 하는지, 어떻게 발달하는지도 밝혀지고 있다. 정밀한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활용해 뇌의 모습을 파악하고,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과 비교·분석하면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뇌분석 스타트업은 뉴로게이저는 MRI 영상을 통해 뇌를 분석하고, 발달 상태, 적성, 질환 등을 종합적인 진단과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의학 영역으로 인식된 뇌 MRI 영상을 서비스 형태로 선보여 사업화를 시도한 사례다.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는 19일 아주경제와 만나 국내에서 생소한 분야인 뇌분석으로 사업을 펼치게 된 계기와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뇌정보 서비스는 뇌 관련 산업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대형 글로벌 제약회사도 우리와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를 시작했다"며 "한국이 뇌과학 연구에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늦지만, 서비스화에 앞서며 시장을 키운다면 관련 생태계를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뇌과학과는 거리가 있는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뉴로게이저 창업 이전까지도 IT 서비스를 기획하는 회사를 운영했다. 뉴로게이저 창업은 지난 2012년부터 구상 해왔다. 그의 친형인 이대열 존스홉킨스대학교 블룸버그 특훈교수의 연구를 보며 뇌과학 사업화 가능성을 본 것. 현재 이대열 교수는 뉴로게이저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맡고 있다.

그는 "2014년 뉴로게이저 창업 이후 약간의 실패기간을 겪었다. 단순히 과학적 요소와 사업적 요소를 물리적으로 결합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내 오류였다. 사업적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융합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결과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100세+α 장수명시대, 뇌 정보 서비스 필요성 커져
 

확률적 분석을 통한 뇌 MRI 영상 념[사진=뉴로게이저]

이 대표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수명이 급속도로 늘고, 100세+α(알파) 장수명시대가 되면서 뇌의 노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의학기술 발달에 비해 뇌 노화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 즉, 의학기술 덕분에 오래 살 수는 있지만 30세 이후부터 나타나는 뇌의 노화로 인해 죽을 때까지 맑은 정신으로 살 수 있다는 보장을 하기 어렵다.

때문에 아플 때 치료하는 것이 아닌, 그전에 자신의 뇌 정보를 미리 파악해 노화를 관리하면서 건강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의 뇌 정보를 정확히 알고 싶어 하는 잠재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 서비스인 앨사이어니는 만 10세에서 15세 아이의 뇌 MRI 영상을 분석하는 플랫폼으로, 이를 통해 167개 항목의 뇌 정보를 제공한다. 뇌 질환 여부는 물론, 성장, 발달, 수리능력, 과학창의성, 학업성취도 등 다양한 항목을 수치화해 보여준다. 부모는 이를 통해 자신의 자녀가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무엇을 선호하는지 알 수 있다. 즉 아이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셈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피학 경험 등도 이 분석을 통해 나타난다. 뇌과학을 통해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뇌 형태가 어떠한지 연구됐으며, 앨사이어니를 통해 이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어린이집 등에서 겪은 아동학대도 파악할 수 있다.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를 단절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학업에 대한 압박도 받는다.

이 대표는 "아이들이 흥미 없는 공부를 할 때 '머리가 아프다'는 표현을 하곤 한다. 부모들은 이를 들으면 꾀병이라고 생각하지만, 뇌분석을 통해 아이가 이러한 공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부모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모가 아이를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스스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을 이해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삶이 더 건강하고 튼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에는 각 연령대의 수요를 파악하고, 뇌과학과 연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노년층에게는 학업성취 등의 정보 대신, 기억력, 노화, 우울증 등이 고민사항이다. 이처럼 각 연령대에서 가치 있게 생각하는 정보를 솎아내고, 사업화해 시장에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로선 무리한 서비스 분야 확장보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우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인사 분야에서 우리 서비스를 도입해, 회사에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골라내는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자칫 사상검증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앨사이어니 결과물을 통해 좋은 가치관을 만들어가면 서비스 확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뇌과학의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사회적 합의와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뉴로게이저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시작한 글로벌 기업이다. 서비스를 영어로 우선 개발하고, 미국 등의 뇌과학 선진 연구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현재 서비스는 웹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형태로 제공 중이다. 때문에 현지 법·제도나 MRI 장비 등 제반 사항만 마련되면 언제든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 오는 2024년부터는 1년에 한 나라 씩 시장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