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료계 갈등 격화…국립중앙의료원 병상 축소 또 잡음

2023-01-19 14:05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아 주영수 원장과 함께 중앙감염병병원이 들어설 미군 공병단 신축 이전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중앙의료원(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기재부)가 관련 사업 예산과 규모를 축소하면서다. 국립중앙의료원 측은 정부가 경제 논리만으로 감염병 대응과 필수중증의료, 취약계층 대상 의료를 축소했다며 즉각 반발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재부는 최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사업 규모를 보건복지부(복지부)와 의료원 요구안보다 축소했다.

앞서 복지부와 의료원은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 전문 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 신축·이전 사업비를 요구했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달 4일 최종 760병상 규모로 의료원 신축·이전 총사업비가 조정됐다고 결과를 통보했다. 본원은 526병상으로 복지부·의료원 요구안인 800병상보다 274병상 줄었다. 중앙감염병 전문 병원은 134병상으로 요구안인 150병상보다 16병상 감소했다.

기재부 결정에 보건·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의료원 총동문회는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본원 병상 수를 대폭 축소한 것은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국가 공공의료 컨트롤타워 기능과 역할 증대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원 전문의협의회도 같은 날 임시 총회를 개최하고 참석자 98% 찬성으로 기재부 결정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의료원 신축 부지가 중구 방산동으로 변경되면서 사업 재검토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진료권 내 병상 초과 공급 현황, 의료원의 낮은 병상 이용률,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26병상을 본원 적정 병상 수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이 위치한 수도권에 종합병원만 15개로 2030년까지 병상 수요가 약 550개 초과한다는 게 기재부 측 설명이다. 현재 의료원 병상 이용률이 약 70% 수준으로 지방의료원 평균 이용률인 86.7% 대비 낮다는 점도 조정의 근거가 됐다.

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은 2003년부터 계획됐다. 당초 서울 서초구 원지동 이전을 검토했으나 문화재 조사와 소음 기준 미충족 등으로 이전이 불발됐다. 이후 지난해 7월 국방부가 소유한 중구 방산동 일대 미군 공병단 부지로 최종 확정됐다. 

의료원 신축·이전 사업을 두고 보건·의료계와 정부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의료원 총동문회는 기재부에 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총동문회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향후 강력한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는 방침을 밝힌 상황이다.

정부는 일단 사업을 진행하면서 의료원과 협의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향후 병상 수 확대 문제는 감염병, 중증 응급, 외상 등 필수의료 대응을 위한 의료원 기능과 역할 등을 고려해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