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계속되는 국내 서비스 거부…5년째 반복되는 P2E 게임 규제의 역사

2023-01-17 00:05
지난 2018년 5월 '유나의 옷장' 출시 이후 P2E 게임 韓서 간헐적 출시
그러나 현재까지 P2E 게임이 합법적으로 등급분류 받은 사례 '전무'
게임위, 사행성 우려하며 등급거부 조치 지속…법원서도 게임위 손 들어줘
국회서 규제 완화 주장 나왔으나 이후 잠잠…그 사이 게임사들은 '해외로'

법원이 P2E 게임(돈 버는 게임)의 합법성 여부를 가리는 첫 판결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손을 들었다. 게임위는 P2E 게임이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등급분류를 연이어 거부해 왔다. 이 같은 논리에 법원까지 힘을 보태면서 앞으로 국내에서 한동안 P2E 게임이 서비스될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P2E 게임이 국내에 처음 나온 지 만 5년이 된 상황에서 그간 국내 서비스 허용 여부를 놓고 수차례 갑론을박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게임 개발사들이 합법적인 서비스를 위해 게임 등급분류를 시도했음에도 게임위가 '사행성'을 이유로 거부해 온 역사의 반복이었다. 이처럼 계속됐던 P2E 게임에 대한 규제 흐름을 되짚어보고 왜 국내에서 서비스 불허가 반복되는지 살펴봤다.
 
2018년 처음 韓 등장한 'P2E 게임'…계속되는 '불법' 논란
국내에 처음 출시된 P2E 게임은 지난 2017년 플레로게임즈(현 위메이드커넥트)가 국내 서비스한 '유나의 옷장'이다. '유나의 옷장'은 암호화폐 '픽시코인'을 지난 2018년 5월 도입하면서 P2E 게임 범주 안으로 들어갔다. 당시에는 P2E 게임이라는 용어도 없어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표현이 주로 쓰였다. 픽시코인은 이용자가 만든 옷을 사고파는 사람들에게 유통되는 게임 내 화폐 목적의 코인으로, 실제 국내외 일부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돼 현금으로도 교환이 가능했다.
 

국내에서 첫 서비스된 P2E 게임으로 꼽히는 '유나의 옷장'의 모습. [사진=플레로게임즈]

게임위는 암호화폐 도입 한 달 만인 그해 6월 '유나의 옷장'에 직권등급재분류 판정을 내렸다. 암호화폐 추가로 인해 청소년 이용불가 또는 등급거부 사유가 있다고 봤다. 구글·애플 등에서 자체등급분류를 받아 별도로 게임위의 등급분류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유나의 옷장'은 지속된 서비스를 위해 등급분류를 다시 받아야 했다. 그러나 게임위의 등급분류 결정은 계속 미뤄졌고 결국 이듬해 1월 플레로게임즈는 게임의 국내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이후 2019년 11월 게임위는 또 다른 블록체인 게임인 '인피니티스타'의 등급분류를 거부했다. 개발사인 노드브릭은 해당 게임을 해외에서 먼저 서비스하다가 국내 출시를 위해 등급분류를 신청한 터였다. 게임위의 등급분류 거부는 주로 '사행성게임물'에 해당되는 게임물에 대해 이뤄지는데, 이 경우 정상적인 국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노드브릭은 이듬해 2월 등급 거부에 대한 소명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21년 4월에도 게임위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거래할 수 있는 게임인 스카이피플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해당 게임은 자체등급분류를 통해 앱 마켓에서 서비스되고 있었고 게임위는 수개월간의 장고 끝에 최종적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후 스카이피플은 서비스 지속을 위해 게임위에 직접 등급분류 신청을 했지만 게임위는 이마저도 등급분류 거부 조치로 답했다. 스카이피플은 결국 게임위의 이 같은 결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지난 12일 1년8개월여 만에 패소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스카이피플에서 개발한 P2E 게임 '파이브스타즈'의 모습. [사진=스카이피플]

게임위가 P2E 게임에 대해 계속 등급분류를 허용하지 않자 자체등급분류를 이용해 서비스를 시도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나트리스가 2021년 11월 개발한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가 대표적이다. 이 게임은 게임 내 미션 등을 달성할 시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암호화폐 '무돌코인'을 지급해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게임위는 12월 10일자로 등급분류결정 취소를 통보했다. 결국 나트리스는 P2E 요소를 뺀 버전으로 수정해 게임을 재출시했고, 게임위의 등급 취소 처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의 선고는 오는 31일이다.

게임위가 일관되게 P2E 게임에 대해 등급을 주지 않은 것은 '사행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게임위는 게임 내에서 우연적 방법으로 획득한 NFT나 코인 등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 우연성·환금성 등 사행성이 성립되는 기준에 해당한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이것이 게임법 제28조 제3호에서 규정하는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실제 게임위는 2019년 '인피니티스타'의 등급분류 거부 사유에 대해 "해당 게임물이 우연한 방법으로 결과가 결정되고, 획득된 재료를 가상의 재화로 변환이 가능하다"며 "게임 이용자의 조작이나 노력이 게임 결과에 미칠 영향이 극히 드물다"고 짚은 바 있다. 파이브스타즈와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 대해 내린 등급분류 취소·거부 사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P2E 게임 韓 출시 가능성 더욱 낮아져…결국 해외로 눈 돌린 게임사들
법원의 이번 판결로 향후 P2E 게임의 국내 출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임법을 바탕으로 한 게임위의 P2E 게임 등급분류 거부 판단에 대해 법원도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P2E 게임에서 지급되는 각종 가상자산이 경품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렇다고 게임위가 갑자기 P2E 게임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나타낼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다. 게임위의 소송 대리를 맡고 있는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위는 어디까지나 현행법을 집행하는 기관"이라며 "최근 P2E 게임의 허용 여부에 대한 논란과는 상관없이 현행 게임법의 해석상 P2E 게임이 유통돼선 안 된다는 기조는 등급분류결정 취소 및 등급거부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를 중심으로 P2E 게임에 대한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힘을 얻기는 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0월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10원짜리 고스톱이나 1000원짜리 골프 내기를 사회 통념상 오락으로 보는 것처럼, 적정 상한액을 두는 P2E 게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P2E 게임이 출시되지 못하는 사이 해외에서 해외 개발사들이 출시한 P2E 게임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만큼 산업 진흥 차원에서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게임 주무부처인 문체부 역시 지난해 9월부터 P2E 게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게임위와 함께 가동하며 P2E 게임 허용 여부와 관련된 논의를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해당 TF를 통해 P2E 게임의 특성과 부작용, 해외 사례들을 연구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다만 아직 뚜렷한 정책 변화 기조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넷마블이 지난 12일 열린 '마브렉스 데이' 행사에서 자사 블록체인 게임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넷마블]

이러다 보니 국내 게임사들은 P2E 게임을 개발·서비스하더라도 국내 출시 가능성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글로벌 출시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다. 게임 자체는 국내 출시를 하더라도 코인·NFT 등의 기능을 제외하고 출시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오는 31일 글로벌 출시되는 위메이드 '미르M'은 글로벌 버전에만 코인 등 P2E 요소를 접목했다. '미르M'은 국내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와 같은 추가 요소를 바탕으로 해외에서는 더욱 큰 성과를 자신하고 있다.

현재 P2E 게임을 서비스하거나 개발 중인 주요 게임사로는 △넷마블 △컴투스홀딩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등이 있다. 이들은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 블록체인 플랫폼, 핀테크 업체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P2E 게임 출시는 물론 이들 게임의 토대가 될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비록 P2E 게임이 해외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게임사들은 여전히 이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보고 본격적인 시장 개척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최근 법원 판결도 그렇고 얼마 전 위메이드 '위믹스'가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중단이 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침울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과 웹 3.0 기술이 게임에 가져다 줄 변화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다고 보고 있고 이를 위해 계속해서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