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품질로 도요타·포드 제친 현대차…원동력은 남양연구소

2023-01-15 09:07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지난 12일 현대 계동 사옥에서 2시간을 달려 구불구불한 도로와 논밭을 지나자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현대차·기아의 남양연구소 모습이 나타났다.

남양연구소 정문에서부터 보안이 삼엄했다. 보안요원이 기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휴대전화 카메라 렌즈와 노트북 카메라를 보안 테이프로 밀봉하고 나서야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연구소에 들어서자 곳곳에 조성된 조경들이 인상적이었다. 연구소라는 딱딱한 느낌보다는 마치 대학교 캠퍼스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주차장에는 현재 개발 중인 현대차·기아의 신차들이 차양막을 두른 채 주차돼 있었다. 

연구소에는 8000여명의 엔지니어, 디자이너를 포함한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신차 개발뿐 아니라 디자인, 시험 및 평가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안전시험동의 충돌테스트장에 들어섰다. 최고 100㎞/h의 속도까지 충돌시험이 가능하며 시험중량은 5t까지다. 이곳에서는 여타 완성차 업체와 달리 고정식 주행로 3개를 갖췄고 각도별로 차대차 주행로도 완비, 어떤 상황에서든 충돌실험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날 테스트차량은 '아이오닉5'로 정면 고정벽을 충돌하는 시험이었다. 시험속도는 시속 64㎞/h 40% 옵셋 충돌이다. 서 있는 충돌벽에 부딪친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승객이 느끼는 속도는 100㎞를 넘는다는 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아이오닉5 충돌 안전 평가 진행 후 관람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차]

실험이 시작되자 주행로에 불이 켜지고 허니콤 모양의 이동식 블럭에 아이오닉5가 빠른 속도로 충돌했다.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운전석과 조수석의 에어백이 터지면서 실험동 내부에는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가까이 다가갔다. 보닛의 절반 이상이 부서졌지만 A필러와 앞좌석, 뒷좌석은 사고차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아있는 여성 더미는 에어백 덕에 그대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개당 1억원 이상이 넘는 더미는 내부에 수십 개의 센서가 담겨 있어 충돌 유형별, 각 부분별 상해 정도를 가늠하는 인체 모형이다. 이번 테스트 목적은 덩치가 작은 여성 운전자들이 충돌했을 때 안전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안전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다. 

신차가 출시될 때는 최소 100회의 충돌 테스트가 이뤄진다. 연간으로는 650회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1번 실험당 차값을 제외하고 2500억원이 든다. 현대차는 충돌 시험 전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도 거치고 있다.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은 버추얼 차량 모델을 통해 슈퍼컴퓨터로 여러 충돌 상황을 구현하는 것이다.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5000시간이 들어가는 셈이다. 

이 같은 혹독한 안전·품질 검증을 이어간 결과 현대차의 안전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에서 26개 차종이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획득했다. 도요타(3위)와 포드(7위)를 제치고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안전성 2위를 기록했다. 

백창인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장 상무는 "차량 출시 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차례 이상 진행함으로써 실제 주행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의 99%를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 [사진=현대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