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책, 그후] 청약 문턱 낮아졌지만…분양 시장은 '옥석가리기'

2023-01-11 18:28
전문가 "규제 완화 수혜는 일부 인기 단지에만 적용"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의 1·3 대책으로 청약시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미분양이 속출했던 수도권 분양시장이 회복할지 주목된다. 여전한 경기 침체와 높은 금리 등으로 분양시장에 한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분양시장이 '옥석 가리기' 기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되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50%에서 70%로 확대됐다. 분양가 제한 없이 중도금 대출도 가능해졌다. 분양권 당첨자의 실거주 의무(2~5년)도 폐지되고, 수도권에서 최장 10년이던 전매제한 기간은 최대 3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11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미분양 물량 전망지수는 전월(135.8)보다 5.9포인트 하락한 129.9로 나타나 넉 달 만에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58.7로 지난달(52.4)보다 6.3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분양시장에서는 지난 3일부터 오는 17일까지 정당계약을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계약률에 따라 72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셜(PF) 차환 성공 여부까지 달려 있어 향후 분양업계뿐 아니라 금융투자업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3 대책 이전만 해도 계약 포기 당첨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현재 당첨자 80% 이상이 계약 관련 서류를 제출했고 대출 관련 상담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완화로 전매제한이 풀리며 모델하우스 인근에 '떴다방'(분양권 전매 중개업소)까지 등장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마포구 '마포 더클래시', 강동구 '강동 헤리티지 자이', 경기 광명시 '철산자이 더 헤리지티' 등에서도 계약률이 소폭 상승하거나 문의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기류가 감지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는 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 규제는 완화됐지만 시장을 침체로 몰아넣은 고금리와 경기 둔화는 여전하고 고물가로 분양가가 생각보다 낮아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분양시장에서 예전만큼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수요는 줄었는데 급매물과 경·공매 등 다른 선택지는 늘어난 상황이라 규제 완화 수혜는 인기 단지 위주로만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청약시장 '옥석 가리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확실한 단지 외에는 분양이 지난해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갑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수요자 사이에 부동산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서 입지가 좋아도 분양가가 시세에 비해 저렴하지 않으면 청약을 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전국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 중 규제해제지역 물량은 전체 중 6분의 1 수준으로 일부에 불과해 규제 완화 혜택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올해 미분양이 대폭 증가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2022년 11월 기준 미분양 아파트는 5만8000가구를 기록했고 2023년 미분양 아파트는 9만7000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4만가구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분양가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집값은 떨어지는데 고금리, 원자재값 인상 등으로 분양가는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3 대책 이후 첫 수도권 대단지 쳥약이었던 안양 '평촌 센텀퍼스트'가 고분양가 논란 속에 평균 경쟁률 0.22대1로 1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마찬가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성북구 '장위자이 레디언트'는 지난달 진행된 1·2순위 청약에서 일반 분양 물량 1330가구 중 793가구만 계약해 계약률이 59.6%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