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8200억 순매수… 개미들 채권 쓸어담고 ​증시·은행선 이탈

2023-01-10 16:56
​전년比 채권 30배·발행어음 9배 매수
증시 자금 코로나 팬더믹 수준 추락
개인, 5거래일간 주식 2조이상 순매도
은행서도 빠져나가 정기예금 10조↓

 

신용공여잔고 추이 (단위:백만원_[자료=금융투자협회]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며 증시 주변 자금 규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신 채권과 발행어음 시장으로 이동하며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증시 부진과 은행에 대한 정부의 고금리 경쟁 경고로 은행의 예·적금 상품도 큰 메리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 잔액은 6일 기준 44조1000억원으로 2거래일 연속 44조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작년 12월 23일 기록한 43조9024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작년 같은 기간(67조3563억원) 대비로는 34.45%(23조2086억원)가 줄어든 수치다. 투자자예탁금은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돈으로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이다. 주식투자 열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으며 총 2조2000억원을 순매도 했다.
 
또 같은 날 기준 신용공여 잔고는 15조8882억원으로 2거래일 연속 15조원 수준을 기록 중이다. 신용잔고가 16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작년 10월 18일 이후 3개월 만이다. 종합자산관리(CMA)계좌 잔고도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6일 기준 CMA 잔고는 57조6536억원으로 작년 말인 12월 30일 57조5036억원 이후 가장 낮은 상태다.
 
이들 모두 평균적으로 살펴보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 평균 수치와 엇비슷하다.
 
눈에 띄는 점은 은행에서도 자금이 이탈 중인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55조66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1월 말(865조6531억원) 대비 10조원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반대로 개인들은 채권을 싹쓸이 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올해(1월 2일~9일) 6거래일간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8242억원에 달한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251억원 대비 3183%가 폭증한 수치다. 기타금융채와 회사채를 각각 2779억원, 2784억원어치를, 국채는 1491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증권사들의 발행어음 시장도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말 기준 발행어음 잔액은 4조4232억원으로 2021년말 4365억원 대비 900% 이상 급증했다. 또 NH투자증권은 같은 기간 3조4431억원에서 5조3418억원으로 55.14%가 늘었고, KB증권은 4조4751억원에서 6조7859억원으로 51.63%, 한국투자증권은 8조3719억원에서 11조9501억원으로 42.74%가 증가했다.
 
채권과 발행어음의 흥행은 높은 이자율 때문이다. 회사채 3년물의 경우 지난 9일 기준 수익률은 4.930%에 달한다. 반면 12개월 기준 가장 높은 이자율을 제공하는 예금은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으로 우대금리를 포함해 최대 5.00%에 불과하다. 채권의 경우 지난 1월 3일 롯데건설이 발행한 142회 공모 회사채의 표면이율은 5.729%다.

또 발행어음 시장의 경우도 시중은행 대비 높은 이자율로 설정돼 있어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3분기 발행어음 이자율은 2.45~4.10%로 2021년 말 0.70~2.20% 대비 1.75~1.90%포인트가 상승했다. 한국투자증권 등 각 증권사들은 최근 연 5% 이상 수익이 가능한 발행어음을 잇달아 판매하고 있다.
 
실제 개인 투자자 A씨는 “최근 적금 만기가 이뤄져 목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며 “하지만 최근 거래중인 증권사에서 연 5%의 이율을 보장하는 발행어음 상품을 광고하고 있어 해당 상품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심현정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대중부유층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이자율이 연 5%대에 이르면 37.2%가, 6%대에선 58.1%가 투자자산을 예금으로 옮기겠다고 답했다”며 “이에 따라 이자율 상승 시 역머니무브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증시 불황과 1금융권의 낮은 이자율로 투자자들이 대체 투자처인 채권과 발행어음 시장 등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