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야근' 주범 포괄임금제 손질 예고…尹 '노동개혁' 초석 다지기
2023-01-05 00:03
'주 69시간 근무제' 함께 개편안 추진
노동계 "타당한 보상·시간 단축 효과"
전문가 "무작정 폐지보단 운용의 묘"
노동계 "타당한 보상·시간 단축 효과"
전문가 "무작정 폐지보단 운용의 묘"
정부가 고용노동부를 앞세워 사상 처음 ‘포괄임금제 오·남용 의심 사업장’ 기획감독에 나선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부터 특히 강조한 ‘노동개혁’ 의지와 궤를 같이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기존 ‘주 52시간 근무제’를 최장 ‘주 69시간 근무제’로 수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노동시장 개편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실상 근로시간 유연화를 꾀하게 돼 노동시간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찬성하는 반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더 일하는 시장’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노동 현장에선 포괄임금제로 인해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 야근 또는 공짜 노동’이 빈번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이 때문에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포괄임금제’ 실효성 여부는 노동 개혁을 위한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상 제도가 아닌 판례에 의해 형성된 임금 지급 계약 방식으로 각각 산정해야 할 여러 임금 항목을 포괄해 일정액으로 지급하는 계약을 의미한다. 포괄임금 계약과 고정OT(Over Time) 계약이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회사)는 엄격한 요건에 따라 예외적으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울 때 등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노동자(사원)가 실제 근로한 시간에 따라 시간 외 근로 등에 상응하는 법정수당을 산정·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근로 현장에선 포괄임금 계약으로 오인하고 오·남용해 실제 근로한 시간에 대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체불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예컨대 노선버스 업종, 경비직과 같이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다. 이때는 ‘유효한’ 포괄임금 계약으로 인정돼 초과 근무를 해도 수당을 더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음에도 포괄임금제를 체결한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출퇴근 관리가 상대적으로 명확한 사무직이나 생산직에서 포괄임금 방식을 적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는 유효하지 않은 포괄임금 계약으로, 이때는 반드시 실근로시간에 따라 초과분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 즉 기업에서 포괄임금 방식으로 임금계약을 체결했다 해도 무조건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 등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지 않다면 근로기준법을 위반해선 안 된다.
이에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해온 전문가 논의기구 ‘미래노동시장연구회(미래연)’는 지난달 12일 권고문에서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포괄임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 상시적인 근로감독 실시 등을 제안했다. 미래연은 “실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이 오·남용돼 장시간 근로, 공짜 노동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괄임금제를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운용해야 근로시간 연장에 대한 명분도 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면 노동에 대한 보상과 노동시간 단축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재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무작정 폐지하기보다는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도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폐지는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에선 포괄임금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게임노조, IT노조와 함께 일명 ‘공짜노동금지법’ 패키지 법안(근로기준법·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 내용은 △포괄임금제 금지 △사용자 노동시간 기록 및 노동부 제출 의무 △근로자 노동시간 기록 열람 및 등사권 보장 △노사분쟁 시 노동부가 노동시간을 입증해주는 '노동시간 인증제' △기업별 노동시간 공시제 등이다. 우 의원은 “윤 대통령과 노동부가 노동시간 유연화 등 노동 개혁을 주장하기 전에 공짜 노동 없이 일한 만큼은 정확히 임금을 주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