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기에 불어난 자영업자 빚이 내년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정부 금융지원 조치에 가려젔던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내년부터 고스란히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구제할 정책 대응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더욱 촘촘한 대응이 필요하다.

자영업자들이 모이는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책자금 지원과 관련한 대출 문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한 자영업자는 "하루가 다르게 경기가 어려워지는 것을 체감한다"며 "경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하는데 장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글을 올렸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14조2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코로나 충격 직전인 2019년 4분기 말(684조9000억원) 대비 1.5배 수준이다. 전년대비로는 취약차주(18.7%)·비은행금융기관(28.7%) 중심으로 14.3%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1분기(5.2%)부터 3분기(0.7%)까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또한 지난 9월 말 기준 금리가 0.75%포인트(2.5%→3.25%) 상승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은 연간 5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영업자 한 명당 늘어난 이자만 179만원에 달했다.

아직까진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정부의 금융 지원이 연장된 탓에 자영업자 부실 우려는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내년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 속에서 금융지원 정책마저 소멸할 경우 위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은 정책 지원 효과 소멸 시 내년 말 취약차주 부실위험률은 최대 19.1%까지 올라갈 수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때 40조원에 달하는 대출이 상환 불가 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부실 우려를 막기 위한 정책 지원을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저금리 대환대출은 현재 목표 대비 신청 금액 비율이 6.3%에 불과하다. 높은 보증료도 문제지만 개인대출이 대환에서 제외됐다. 사업자금을 급히 마련하기 위해 개인대출을 실행했지만, 대환 대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신청률이 5.8%로 당초 예상보다 저조한 새출발기금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원금 조정을 '부실 차주'(연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했는데, 이는 신용상 불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하는데 폐업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며 꼬집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신용도가 낮은 자영업자들이 이용하는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뛰고 있어서 부실화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가 낮은 금리로 장기간 돈을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지원책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신용 보강과 같은 간접 지원 방식으로 정책지원의 수혜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