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 지하철·버스 요금 300원 인상 유력…이르면 4월

2022-12-29 10:19
지하철 1250→1550원·버스 1200→1500원
8년 만의 인상…누적 적자·노후화 탓
서울시 "정부 지원 무산에 재정 한계"

지난 23일 서울 3호선 불광역 인근 버스 정류장서 버스가 승객을 가득 채우고 출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지하철과 버스 요금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오른다. 인상 폭은 지하철과 버스 모두 300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의 대중교통 요금 인상은 2015년 6월이 마지막이었다. 내년에 요금이 오르면 8년 만에 인상되는 셈이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은 카드 기준으로 지하철이 1250원, 시내버스는 1200원이다. 300원씩 인상된다면 지하철은 1550원, 시내버스는 1500원이 된다.

현금 기준으로 지하철은 1650원, 시내버스는 1600원으로 오른다.

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심한 데다 정부가 내년에도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 요금을 올리기로 했다.

그간 정부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에 근거해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만 무임수송 손실 보전(PSO) 예산을 지원했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철도 운영 지자체들은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위한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가 1984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도입된 만큼 정부가 관련 손실비용을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이런 요구에도 이달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자체 도시철도 PSO 예산이 제외되면서 정부 지원이 끝내 무산됐다.

시는 "그간 민생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최대한 늦춰왔지만, 내년 정부 예산에서 무임손실 지원 예산이 제외됨에 따라 운영상 어려움이 심화한 만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간 지하철은 연평균 약 9200억원, 버스는 평균 54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물가와 인건비가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지하철 적자 규모는 2019년 5878억원에서 2020년 1조1448억원, 2021년 9957억원, 2022년(전망치) 1조2600억원로 급격히 불어났다.

버스 역시 적자 규모가 2019년 3538억원에서 2020년 6784억원, 2021년 7350억원, 2022년(전망치) 6582억원으로 늘었다.

시와 지하철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는 공사채 발생, 재정 지원 등으로 적자를 일부 메워 왔다. 올해 서울교통공사가 발행한 공사채는 9000억원, 공사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지원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인구·이용객 감소,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와 민자철도 개통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8년 전 물가 수준의 요금으로는 더는 안정적인 대중교통 운영이 어렵다는 게 시의 판단이다.

1인당 평균 운임에서 운송원가가 차지하는 요금현실화율은 지하철이 60%, 버스가 65%다. 운송수입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운행할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다.

또한 노후화된 시설물 교체를 위해서도 요금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현재 서울 지하철 시설 중 이용 가능한 기간을 넘긴 노후 시설의 비중은 66.2%이다. 특히 1∼4호선의 노후화율은 73.1%에 달한다.

내년 예상 인상폭(300원)은 상당히 큰 편이다. 2015년 지하철과 버스 요금은 각각 200원, 150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