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올 한 해도 참 크고 작은 이슈들이 많았습니다. 2022년 마지막 주의 시작인 오늘, 한 해를 정리한다는 의미로 독자들이 직접 뽑은 '2022년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 TOP 5를 정리해봤습니다.
2022년 10월 29일. 3년 만에 거리두기 제한 없는 핼로윈 축제가 재개되면서 흥겨움으로 가득 찼던 이태원 거리가 아비규환으로 바뀐 것은 순식간이었다.
수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으로 몰리면서 거리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참극이 벌어진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해밀톤 호텔 옆 골목으로, 보행로 폭이 4m 남짓했지만 수용 인원 이상이 몰리면서 피해가 커졌다.
경사마저 가파른 탓에 순식간에 무너진 대열이 사람들을 덮쳤고 결국 질식으로 인해 158명이 숨지고 총 300여 명이 부상을 입는 대형 사고로 이어졌다. 서울 도심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지난 1995년 502명이 사망했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처음이다.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10만 명 넘는 인파가 모여들었고 현장에는 경찰 인력 137명이 투입됐다. 마약범죄와 불법촬영 등 단속에 인력이 주요 배치되면서 통행 질서 유지 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실제 다수의 이태원동 주민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부터 이미 사람이 지나다닐 수 없을 정도로 거리 일대가 혼잡했고, 핼로윈을 감안하더라도 '평소와 다른 수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서울시와 관할 지역인 용산구에서도 현장 관리 인력이 배치되지 않았다. 사고 발생 전후로 현장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6시부터 경찰 신고가 접수됐고, 밤 10시 15분 이후 신고 전화가 급증했지만 단 4건만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밤 10시 43분 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11시 12분 대응 2단계로 격상했다. 밤 11시 50분에는 소방 대응 최고 단계인 3단계가 발령됐고, 전국 6개 시도소방본부가 투입됐다.
주요 외신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해 당국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당국의 사고 예방 조치가 부족했다고 보도했다. 정부는 사고 다음날 곧바로 일주일간 국가애도기간을 선포하고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정해 유가족과 부상자에 대한 치유 지원금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 물결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유가족에 대한 2차 가해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이태원역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이 희생자를 위해 남겨진 메시지와 조화로 가득차 있다.]
경찰은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지난 23일 관계자 가운데 처음으로 전 용산경찰서장,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 등이 구속됐으며 용산구청장과 용산소방서장 등이 구속 기로에 놓여있다. 이들은 사전에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조치하지 않고 부실 대응해 사고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고 있다. 책임 규명에 있어 일선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광호 서울 경찰청장 등 '윗선'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선 국회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21일 사고 발생 53일 만에 첫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국정조사 기간이 다음 달 7일까지로 예정돼 제대로 된 조사가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국정조사 시점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거취 문제가 또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유가족 가운데 일부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협의회'를 구성, 국정조사 과정에 유가족과 소통 등을 요구하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