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결산-①부동산] 금리인상, 분양계약 해지에 건설사 'PF 리스크' 부상…내년도 혹독

2022-12-25 18:30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올해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분양시장 위축으로 건설사들도 힘겨운 시기를 보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주택 취득과 처분이 막히면서 어렵게 청약에 당첨돼도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패닉세일'에 놀란 수분양자들은 억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분양계약을 해지해 달라고 요구했고 미분양 물량이 급증하자 아예 사업을 포기하는 시행사도 여럿 등장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까지 겹치면서 도산하는 지방 건설사도 있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더샵반포리버파크', 인천 연수구 '송도자이더스타' 등 인기리에 분양한 단지에서도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해당 단지 분양가보다 수억 원 급락하면서 분양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분양을 포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준공된 더샵반포리버파크는 입주지정기간이 끝났지만 입주율이 20%대에도 못 미쳐 분양자들이 시행사에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있다. 분양가는 전용 49㎡ 기준 17억~18억원 선이었지만 잔금을 치르지 못한 매물이 쌓이면서 현재 매매 시세는 11억원대까지 떨어졌다. 2024년 12월 입주 예정인 송도자이더스타 수분양자들도 분양가(전용 84㎡ 기준 8억~9억원대) 대비 주변 신축 아파트 가격이 3억~4억원씩 급락하자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송도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10억원대(발코니 확장, 옵션비 포함)였는데 분양 당시만 해도 주변 시세가 13억~14억원대여서 안전마진이 충분했다"면서 "지금은 시세가 6억원대로 떨이지고 내년에도 하락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이미 지급한 계약금(1억원가량)을 포기하더라도 계약을 해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시행자와 시공사가 먼저 분양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최근 서희건설은 인천 미추홀구 '서희 스타힐스 더 도화' 사업을 취소했다. 이곳은 서희건설 계열사인 유성티엔에스가 시행을,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았지만 전체(144가구) 중 70%가 미계약됐다. 사업 주최 측은 분양 계약을 전면 취소하고 계약금 전부와 합의금을 수분양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남 광양에서 분양한 '더샵 라크포엠'도 시행사가 사업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이 단지는 920가구 모집에 50% 이상이 미분양돼 현재 2차 계약금 납부 일정이 무기한 연장된 상태다. 사업 시행사는 이미 계약을 마친 수분양자들에게 "금리 인상과 분양시장 침체로 입주자 모집 승인 취소와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미 납입한 계약금은 계약 해제 절차에 따라 환불하고 위약금을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미분양과 수분양자의 계약 해지는 시행사와 건설사의 부도 위험으로 직결된다.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사업 초기에 조달한 브리지론을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 전환하고 수분양자의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 등으로 이를 상환한다. 분양률이 저조하고 수분양자의 계약 해지가 늘면 PF가 담보로 잡은 미래 분양 수익 상환이 불가능해져 건설사, 금융사 등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대출금리 급등과 레고랜드발 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소 시행사, 건설사들의 PF 조달 금리가 급등했다. 레고랜드 사태 전 6~7%대였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금리는 한때 1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결국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우석건설, 동원건설산업 등 지방 중견 건설사는 최종 부도 처리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와 집값 급락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되면서 현재 부동산PF가 거의 중단됐고 브리지론과 ABCP로 지원된 자금 대환이 막히면서 건설사의 자금난이 커졌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보유 현금이 부족한 건설업체부터 부도가 속출하고 하반기에는 이들 업체에 자금을 지원한 2금융권 부실로 전이돼 우리 경제에 2차 충격이 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도 1~2년 단기간에 집값이 폭락해 주변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아지면서 미분양과 계약 해지 요구가 급증하고, 준공 후 미분양과 입주 거부가 늘어나 자금력이 약한 건설사는 어음 등을 막지 못해 부도나는 사례가 빈번했다"면서 "당시에는 주담대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평균 38% 수준으로 낮았고 PF조달 비용도 높지 않았지만 올해는 단기간 금리가 너무 많이 올랐고 LTV가 평균 50%에 육박하며 PF 조달 비율도 훨씬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금융위기 때보다 리스크가 훨씬 더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