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배송 '투톱' 컬리·오아시스, IPO '잰걸음'...왜?
2022-12-26 15:43
IPO(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이커머스 기업에 한파가 불어닥쳤다. 기준금리 인상, 증시 침체 등 악재가 겹치며 컬리, 오아시스 등 올해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던 기업들의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4분기 들어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신규 상장 건수가 감소했다. 올해 신규 상장 기업 수는 70곳으로 지난해(91곳) 대비 23% 줄었다. 상장 철회 기업 수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연내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이커머스 기업의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컬리는 아직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기업 가치 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컬리는 현재 '기업가치 재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1년 전인 지난 2021년 말 재무적투자자(FI)에게 4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최근 분위기가 급격히 변했다. 일각에서는 원활한 투자자 모집을 위해 컬리의 적정 기업가치가 1조원가량에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기업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실제 컬리 주식(비상장 시장)은 지난해 1월 20일만 해도 11만6000원에 거래됐으나, 22일 기준 3만100원 수준에 그쳤다. 추정 시가총액도 1조1572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오아시스마켓도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한국거래소 심사 결과가 늦어진 영향이다. 통상 거래소 예비 심사에는 영업일 기준 45일이 소요된다. 오아시스마켓 비상장 주식 가격도 지난 9월 3만5500원 수준에서 22일 기준 2만2000원으로 떨어졌다. 시가 총액은 6344억원 수준이며 기업 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된다. 오아시스마켓 측은 “아직까지 거래소의 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IPO 시장 침체가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해 IPO 시장은 넘쳐나는 유동성의 영향으로 역대 최고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증시 침체, 기준금리 인상 등의 악재로 올해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 지난해 IPO 공모 금액은 19조7084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15조4920억원(12월 20일 기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개선되지 않는 적자, 더딘 외형 성장 속도 등도 문제로 꼽힌다. 컬리는 2021년 기준 매출 1조5614억원으로 전년대비 63.8% 늘었으나, 영업손실액이 2177억원에 달하며 누적 적자가 5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현재까지 컬리의 부채율은 2021년 기준 472%에 달하며, 차입금 의존도도 46%로 채무 부담이 상당히 높다. 나이스평가정보는 지난 8월 컬리의 현금 흐름 등급을 ‘위험’으로 평가했다.
오아시스마켓의 경우 외형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국내 신선식품 새벽배송 시장에서 상반기 기준 오아시스마켓의 시장 점유율은 15% 수준이다. 컬리의 시장점유율 40%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다만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다는 것은 강점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는 매달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적자 상태여서 신규 자금 수혈이 시급한 상황일 것"이라며 "상장을 내년 이후로 미루긴 힘들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증시 상황이 좋아질 것인지 사실상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