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130엔=1달러'…달러 가치 하락 빨라지나
2022-12-21 10:40
일본은행(BOJ)의 깜짝 완화 축소에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유일한 비둘기 BOJ마저 통화정책 변경에 나서면서 달러 가치 하락세가 가팔라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0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장 중 한때 달러당 130.6엔대까지 급등했다. 130엔=1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올해 8월 이래 약 4개월 만이다. 오전 10시 9분(한국시간) 기준으로 엔화는 달러당 131.87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BOJ는 전날 장기금리 변동 허용 폭을 기존 0.25%에서 0.5%로 두 배 올렸다. 기준금리는 마이너스(-)를 유지했지만, 통화정책을 미세하게 조정한 것이다. 사실상 초완화적 통화정책에서 한 걸음 물러난 셈이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기조 종착점이 뚜렷해지면서 달러 가치 상승력이 약화됐다”며 “BOJ의 일부 (통화정책) 수정 움직임으로 엔화 매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어 “연준이 내년 봄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가을께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 달러/엔 환율의 역방향 움직임은 이어질 수 있다”며 “엔화 가치가 (달러당) 125엔 부근으로 회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해외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는 올해 연준의 초긴축 정책에 힘입어 가치가 약 9% 상승했다. 그러나 유럽중앙은행(ECB),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호주 중앙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가 완화됐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외환 전략 책임자인 키트 저커스는 달러 상승장이 끝났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연준은 금리 인상 사이클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 인상 폭은 점점 더 작아질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BOJ는 이번 조치가 완화적 통화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의 매파 전환 기대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경제학자 다수는 이번 조치를 10여 년간 유지한 초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포석을 마련한 것으로 해석했다.
BOJ 출신인 아다치 마사미치 UBS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뭐라고 하든 이는 (통화정책) 출구를 향한 한 걸음"이라며 "이는 새로운 총재가 취임하는 2023년에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준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