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저 앞 '맞불집회 방지법'...헌재 문턱 넘을까

2022-12-21 10:28

[(사진=헌법재판소)]

# 용산 대통령실 인근의 아파트 주민들이 지난 19일 집회로 인한 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서울 용산경찰서와 대통령 민원실, 용산구청 등에 제출했다. 대통령실 인근에 대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면서 소음 공해와 주거지역 침입이 수시로 이어졌다는 것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주장이다. 인근 단지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주민들이 관련 법률 개정 등을 통한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경남 평산마을의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는 보수단체의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시위는 잦아들었지만 대통령 집무실과 사저 인근에서의 집회 허용 여부는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한 상태다.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에 대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다. 

‘대통령의 공간’을 둘러싼 집회·결사 자유의 허용 범위에 대한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달 초 여야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 반경 100m 내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조계는 해당 개정안이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의 공관에 대한 집회·시위를 금지한 현행 집시법 11조보다 더욱 ‘개악’된 법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헌재가 해당 11조에 대한 위헌 여부를 조만간 가리면서 해당 개정안에 대한 위헌성 시비는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전직 대통령 사저·집무실' 집회 금지 규정 집시법 개정안 발의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국회 행안위는 지난 1일 100m 이내 집회·시위 금지 대상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용산 대통령실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에서의 집회·시위가 이어지자, 이를 막고자 여야가 개정안을 합의 처리한 것이다.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와 법조계는 해당 개정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8일 20개 시민단체가 해당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목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이어 이달 6일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과 12개 시민단체가 집시법 개정안에 대한 성토를 이어간 바 있다. 일반 국민의 집회 기회를 원천 차단해 기본권을 후퇴시킨 ‘개악안’이라는 것이 비판 여론의 주된 논거다.
 
실제 헌재는 일정거리 내의 집회·시위를 원천 금지한 장소를 꾸준히 축소하고 있다. 국회와 법원, 국무총리 공관 인근 100m 이내의 집회와 시위를 원천 차단한 집시법 11조 1항과 3항도 헌재에 의해 지난 2018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절대적인 집회장소 금지는 집회·시위 자유의 본질적인 면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국회는 2020년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는 집회 등이 가능하도록 집시법을 일부 개정했다.
대통령 관저 집회금지 조항 위헌여부 22일 결론 
 
현재 예외없이 집회를 원천 금지하고 있는 조항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원 공관 등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는 집시법 11조 3호 등이다. 다만 해당 조항도 집회나 시위를 절대적으로 금지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현재 헌재의 위헌심판 선고를 남겨놓고 있다. 헌재는 오는 22일 해당 심판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개정안이 절대적인 집회·시위 금지 장소로 규정하고 있는 장소가 전직 대통령의 사저라는 점도 위헌 소지가 높다는 분석이다. 관저보다 헌법 기능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전직 대통령의 사저 인근에 대한 집회를 예외 조항없이 원천 차단한 것은 위헌성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집회 금지는 공적 기능 수행의 안녕과 평온 유지라는 입법 목적이 있다”면서 “침해 최소한도의 내에서 일정거리에서의 집회 금지 조항은 제한적으로 합헌 가능성이 있지만, 전직 대통령 사저는 공적 기능이 수행되는 곳이라 볼 수 없고 집회 시위 장소의 측면에서도 일반과 달리 취급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관련 개정안의 위헌성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