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으로 번진 대장동 강제수사…"변론권·비밀유지권 침해" 갑론을박
2022-12-19 16:28
檢, 김만배 변호인 사무실 등 압수수색
법조계 "고해소에 CCTV 다는 꼴" 비판
구체적 기준·남용 막을 법 개정 필요
법조계 "고해소에 CCTV 다는 꼴" 비판
구체적 기준·남용 막을 법 개정 필요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대장동 특혜에 대한 강제수사 범위를 로펌으로 확대한 데 따른 파문이 확산 중이다.
검찰은 지난 13일 김씨 변호인이 근무 중인 법무법인 태평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해당 변호사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어 14일에는 해당 변호사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변호사업계를 중심으로 한 법조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성명을 내고 "변호인의 비밀유지권과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고해소에 CCTV 단 꼴···기본권 훼손 안 돼"
변호사업계는 로펌에 대한 강제수사가 편의를 위해 변호인의 조력권을 무시하는 잘못된 수사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궁극적으로는 피고인의 변론권 침해로 직결될 것이라는 우려다.
앞서 검찰은 2016년에도 롯데그룹 탈세 의혹 수사를 위해 당시 조세 자문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율촌을 강제로 압수수색했다.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에는 애경산업 법률 대리를 맡은 김앤장을 압수수색한 사례가 있다.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다른 방법으로 범죄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데도 손쉬운 증거 자료 확보를 위해 변호인 사무실을 강제수사하는 건 고해성사소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헌법상 기본권인 피의자의 변호받을 권리가 제대로 보장받으려면 변호인 상담의 비밀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라면서 "범죄 혐의 증명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나 법률이 규정하는 예외적인 사유가 아니면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은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장 근거한 적법 집행···'실체적 진실' 위해 불가피"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통해 이뤄진 정당한 법 집행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려면 변호인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대외협력실장은 "변호인의 조력권 보장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면서도 "법원의 적법한 영장 발부로 인한 집행이고 과거와 달리 변호인 참여권과 변론권이 제한될 소지가 매우 적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압수수색에 대한 판례와 법리도 잘 발달해 있다"면서 "실체 진실 발견을 위해서는 일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도 "변호사의 의뢰인 비밀보호 제도(ACP)가 침해됐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입법적으로 현실화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사 사건에 있어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허용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ACP 등 변호인 강제수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변호인의 비밀 유지권을 탄탄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현 전 변협 회장은 "영국·미국은 변호인의 비밀유지 의무에 대한 법리가 오래전부터 확립돼 있고 수사기관도 이를 요구하지 못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의뢰인과 주고받은 상담 내용은 수사기관이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되 이에 대한 남용을 막을 단서 조항을 함께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전 회장은 "변호사와 의뢰인 간 대화나 정보에 대해 제출이나 열람을 요구할 수 없고, 강제수사 대상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한 변호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해당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