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칼럼] 2022년 한국 경제 연말 정산
2022-12-28 17:43
12월이 되면 많은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을 한다. 13월의 보너스라는 말이 있듯이 조금이라도 더 환급을 받고자 열심히 공제자료를 챙긴다. 연말 정산을 하면서 아 내가 한해를 이렇게 보냈구나 하는 평가와 함께 내년의 각오를 다지기도 한다.
이제 금년도 열흘밖에 남지 않았다. 2022년 한국 경제의 연말 정산은 어떨까. 여러 평가를 해 봤지만 평가는 언제나 쉽지 않다. 평가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정확성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하지 않다면 그 평가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 오늘(19일) 아침 막을 내린 월드컵도 경기마다 심판 판정에 대한 시비가 일었다. 룰이 단순한 스포츠도 이럴진대 한 나라의 경제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다.
한해 동안의 한국 경제 성과를 평가하면 어떻게 될까. 평가 기준은 사람마다 달라 성장률, 실업률, 물가, 부동산 가격, 행복지수 등 다양한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중에 숫자가 바로바로 발표되는 수출을 예로 들어보자. 금년 5월 이후의 수출과 무역수지로 현 정부의 무역 성과를 평가하는 어느 전문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전문가는 지난 정부가 집권했던 1~4월간의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0억 달러 늘었는데 지금 정부가 집권한 기간인 5~11월 동안 작년 같은 기간보다 86억 달러 증가에 그치고 있고 12월에는 감소될 전망이니 결국 금년 한해의 작년 대비 수출 증가분은 지난 정부의 1~4월까지의 증가분만 남게 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민간 기업의 수출 실적을 가지고 정부 평가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정부는 통상 및 무역보험 등 지원 시책을 통해서 수출 여건을 개선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일정 범위 내에서 정부의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다. 그렇더라도 분석은 객관적이고 정확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년에 일어난 수출 환경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정권 교체기인 금년 5월 이후 해외 경기가 나빠졌다. 2월 말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3월을 거쳐 4월부터 전선이 확대되기 시작하였고 5월 이후 장기전의 양상을 띠게 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가격 상승과 사우디 주도의 석유 감산 및 가격 상승이 세계 경기의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둘째, 코로나 대응을 위해 추진된 양적 완화(QE)와 인플레이션 대책으로 5월 이후 각국이 통화 긴축 정책을 강화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3월과 5월 기준금리 0.25%, 0.5% 인상을 시작으로 6월, 7월, 9월, 11월 네 번씩이나 0.75%, 소위 자이언트 스텝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지난 14일 0.5%의 금리 인상(빅 스텝)을 발표하였다. 한국을 비롯한 거의 모든 나라들이 속속 금리 인상에 나서게 되었고 이러한 정책은 진정되지 않는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소비 심리의 급락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셋째, 미국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추진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안), Chip4(반도체) 동맹 등 대중 압박 정책이 세계 무역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되었다. 넷째,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금년 내내 상하이, 선전, 광저우, 충칭, 베이징 등 주요 도시들이 봉쇄와 해제를 거듭했다. 그 결과 중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중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 부문은 물론 수출 지표도 10월, 11월 연속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세계 무역 환경 악화는 세계 주요국의 수출에도 영향을 주게 되었다. 제조업 수출 비중이 큰 나라인 독일과 일본은 5월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전환되어 2022.1~9월 누계로 독일은 전년 동기대비 1.8% 증가, 일본은 0% 증가에 그치고 있다. 한국의 수출은 같은 기간 12.2% 증가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이 오히려 선방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등의 성과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과연 그 기관이 노력해서 얼마나 기여했는가 하는 순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하는 일이다. 운이 좋아 물때가 좋은 시기에는 해당 기관이나 기관장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도 실적이 좋은 반면 물때가 안 좋은 시기에는 있는 힘을 다해도 성과는 좋아지기 어렵다. 나라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경제와 수출은 누가 얼마나 기여하고 책임을 져야 할까? 한국 경제와 수출 성과는 먼저 정부에 물어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정부는 직접 수출을 하고 있지 않지만 수출지원 시책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국회이다. 국회는 예산 승인과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국회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해 하루가 멀다 하고 정책 담당자들을 호출하고 감시를 하면서 정부를 통제하고 있기도 하다. 언론 등도 수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결국 가장 큰 몫은 누구보다도 생산과 수출의 주체인 기업인들과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산업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생산과 수출이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 날씨가 따뜻해야 꽃은 화사하게 피기 마련이다. 산업 현장이 활발히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을 열심히 만들어 추진하고 정치권도 응원해야 한다. 수출이 해외 수요 변화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언급 없이 정부 변화와 정책의 문제로 평가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일본인 평론가 가야 게이이치는 “일본 경제 침체의 주된 원인은 남을 시기하고 의심하는 마음이 강한 부정적인 사고의 국민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인 보양(柏楊)은 <추악한 중국인>이라는 책에서 자국 중심주의의 편협한 사고에 갇힌 중국 사람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자기 나라의 치부를 드러내놓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기의 문제를 치유함으로써 더 나은 나라로 발전하기를 소망해서 책을 썼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웃 나라들과 달리 긍정적이고 파이팅이 넘치고 변화를 즐기는 진취적인 정신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는 부정적인 평가보다는 에너지를 모아서 포지티브로 변화시키는 생산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