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권 경쟁] '당원 투표 100%' 전대 룰 변경...격화하는 친윤 vs 비윤 설전

2022-12-17 07:17

'친윤계'로 분류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장제원 의원(오른쪽).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100% 당원 투표 반영을 추진하면서 당내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친윤(친윤석열)계는 반기는 반면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 등 비윤(비윤석열)계의 반발은 거세질 전망이다.

1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친윤계와 정진석 비상대책위는 현행 '7 대 3'(당원투표 70%·일반 국민 여론조사 30%)의 전대 룰을 당원 투표 100%로 높이는 작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연내 당헌·당규 개정 작업을 마친다는 목표로 실무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윤계, 국민 여론 '완전 배제' 안 될 말...유승민, '윤심' 반영은 불법 비판
하지만 비윤계는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완전히 배제할 경우, 민심을 반영하기 어려워 '수권 정당'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 등 특정 후보 낙선을 원하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하다.

실제로 원외 유력 당권주자로 꼽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당원투표 100%가 낫지 않나'고 말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며 "민심이 두렵지 않느냐"고 힐난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적합도에서 자신이 1위를 차지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게시하며 '#더압도적민심', '#당대표' 등의 해시태그를 달며 자신의 경쟁력을 부각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페이스북에서 "여론조사는 샘플링이라 여러 가지 왜곡이 오히려 상쇄되지만 당원 정보는 검증 불가 정보이므로 오히려 왜곡하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bias(편향)가 생긴다"고 적었다.

그는 또 "전당대회도 그냥 당원 100% 하고 심기 경호 능력도 20% 정도, 가산점도 '멘토단'이 평가해서 부여하면 된다"며 "그렇게 차근차근 해나가면 총선에서 이기는 거 빼고는 다 마음대로 된다"고 비꼬았다.

김웅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전대룰 변경에 대해 어떤 장식을 해봐도 그것이 '유승민 포비아'(공포증)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당원들의 축제'라고 부르짖지만 '윤핵관만의 축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비판했다.
 

경북대를 찾아 특강을 하는 유승민 전 의원. [사진=연합뉴스]

 
친윤계 "누군가의 낙선 위한 제도? 황당"...초선 의원도 찬성 기류
반면 친윤(친윤석열)계 및 당 지도부는 비윤계의 반발에 답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권성동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제도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단순 의견표명을 '불법' 운운하며 정치적 개입으로 호도해선 안 된다"며 "누군가를 낙선시키기 위해 제도를 바꾼다는 인식 자체가 황당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유 전 의원을 향해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친윤과 반윤의 가면을 바꿔 쓰는 정치적 변검술을 당원들은 기억하고 있다"며 "소신정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정치적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은 "경선 룰 개정에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룰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면서 자신을 배제하려고 룰 개정을 한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피해망상"이라며 유 전 의원을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친윤계를 자처하는 당권 주자들은 '윤심'을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전날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대해 "눈앞의 이익보다는 긴 안목으로 대한민국의 지속 발전을 위해 미래를 준비하는 예지, 책임을 질 줄 아는 용기, 지도자로서의 의지를 보여준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라며 "이것이 바로 보수의 가치이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윤석열다움'"이라고 추켜세웠다.

안철수 의원은 SNS에 인수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뒤 "현재 당내에서 저만큼 대통령의 국정 비전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반드시 다음 당대표는 대통령과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의 호흡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한편 전날 열린 당내 초·재선 의원 간담회에서는 이번 룰 개정에 대해 대체로 찬성 쪽으로 입장이 모였다. 다만 초선 간담회에 참석한 최재형 의원은 룰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기도 해 통일된 의견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특히 지역구 의원은 당내 의견과 지역 민심을 골고루 들어야 하는데, 당심 100%로 당선된 당대표를 집권 여당의 수장으로 세워도 될지 의문"이라며 "어느 정도 국민 표심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제법 나온다"고 전했다. 

의원들과 인사 나누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