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공포에 "나쁜 소식이 나쁜 소식…아직 주식 바닥 아냐

2022-12-16 15:21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미국 주식 시장의 바닥이 아직 안 왔다는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침체 공포에 “경제에 나쁜 소식이 좋은 소식”이라던 분위기가 수그러들고, 소비 부진 등 경제 악화 지표에 시장이 출렁이는 모습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미국 증시가 ‘경제에 나쁜 소식’에 출렁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2.25%, 나스닥 지수는 3.2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48% 각각 하락했다.
 
미국 증권사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하잔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의) 관심은 성장과 경제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연준이 우리를 경기침체로 몰아넣을 것인지"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그는 경제가 경기침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에 주식 시장이 최근 기록한 상승세를 반납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투자자들이 나쁜 경제 소식을 좋은 소식으로 받아들이며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었다.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의도한 대로 긴축이 과열된 경제를 식히고, 인플레이션을 억제할 것이란 기대가 배경이다. 반대로 탄탄한 고용시장을 나타내는 경제에 좋은 지표가 발표되면, 주식 시장에는 악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이제 변화가 임박했을 수 있다”며 “많은 투자자들은 2023년 경기침체를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연준이 과도한 긴축을 이어갈 위험은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날 투자자들은 나쁜 소식인 소매 판매 부진에 주목했다. 그리고 경제에 나쁜 소식은 주식 시장에도 나쁜 소식으로 작용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지갑을 닫는 등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공포다.
 
11월 소매 판매는 전달 대비 0.6% 감소하며, 지난해 12월(-2.0%)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11월에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가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제조업 지표도 우울하다. 11월 산업생산은 계절조정 기준 전월보다 0.2% 줄어 시장의 예상치인 0.1% 증가보다 부진했고, 12월 뉴욕제조업 지수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전월(4.50)보다 15.7포인트 하락한 -11.2를 기록해 위축세로 전환했다. 이는 전망치인 -1.0을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12월 필라델피아 제조업지수도 -13.8을 기록하며 전달(-19.4)보다 올랐으나 여전히 위축 국면이다.

FBB 캐피탈 파트너스의 마이크 베일리 리서치 이사는 순조로운 시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현실을 깨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시장은 3개월, 6개월, 혹은 9개월 동안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투자자 간 눈싸움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 국채 금리는 올랐으나 장기 국채 금리가 하락한 점을 짚으며 “(연준의 긴축이) 아마도 심각한 경기침체로 이어져 장기 성장 둔화와 장기 금리 하락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린 4.25~4.5%로 결정했다.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연말 기준금리를 5.1%(5~5.25%)로 제시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결정 후 이어진 기자회견 내내 연준이 더 오랫동안 더 높은 금리를 유지할 것이며 내년에 금리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연준은 또한 실업률이 내년에 4.6%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버코어 ISI의 전략가인 줄리안 에마누엘은 불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바닥을 친 약세장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3년 상반기에도 증시 시장이 불안정할 수 있으므로 방어적인 포지션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미국 주식 전략가 나디아 로벨은 “오늘 보인 시장의 후퇴에 놀라지 않았다”며 “시장은 그간 연준이 하겠다고 말한 것을 하지 않으리란 희망 속에 거래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그들(연준)은 분명히 (시장의 희망과는) 다른 메시지를 보냈다”며 “시장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년 상반기에나 (바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