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미국發 고금리 고통 .. 외환시장 안정이 필수다

2022-12-19 06:00

[자유시장연구원장]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금년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로써 미국 정책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는 4.25~4.50%가 되었다. 앞서 4번 연속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 이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1%로 나오자 시장에서 예상했던 금리 인상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천정부지로 오르기만 하던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이 6월 9.1%를 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드디어 10월에 7.7%로 7%대로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물가 정점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1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7.3%로 전망했으나 이보다 낮은 7.1%로 나오자 연준이 이제는 미국 경제 침체 전망도 고려해 자이언트스텝에서 빅스텝으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2월 금리 인상 방향에 대해 “(향후) 들어오는 데이터에 기초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지금은 우리가 얼마나 빠르게 가느냐보다 최종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두 달간 물가 상승률이 뚜렷이 둔화한 데 대해선 “반가운 소식”이라면서도 “물가 상승률이 지속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하려면 상당히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연준이 이날 발표한 연준의 경제 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0.5%로 전망해 지난 9월 전망치 1.2%보다 크게 낮추었다. 이는 연준이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 10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 1.0%보다 비관적인 수준이다. 미국 연준이 통화정책에서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는 민간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내년에 3.1% 2024년에는 2.5%로 전망해 당분간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 2%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연준은 인상 폭은 조절하지만 금리 인상은 당분간 지속하되 침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경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점이 "현재 경제 전망에 2023년 기준금리 인하 방안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여전히 갈 길이 좀 남았다”면서 통화 긴축 지속을 시사하면서 “역사는 너무 이르게 통화정책을 완화하지 말라고 경고한다”는 기존 언급을 반복하고 “최종 수준이 얼마나 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말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이 14일 연준이 발표한 금리 인상 전망에 관한 위원들의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에 나타나 있다. 점도표는 내년 금리 수준을 5.1%로 전망해 기존 전망 4.6%보다 다소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파월 의장은 "위원 19명 중 17명이 최종 금리는 5% 이상이어야 한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점도표는 위원 19명 중 △4.75~5.0% 2명 △5.0~5.25% 10명 △5.25~5.5% 4명 △5.5~5.75% 2명 등 분포를 보였다. 이러한 전망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인상으로 상단 기준 4.5%인 연방기금 금리를 내년 상반기에는 0.25%포인트씩 두 번 정도 인상하지 않을까 전망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현재 3.25%다. 앞으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을 고려해 볼 때 내년 상반기 미국 금리가 5% 수준까지 인상되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더욱 벌어지게 된다. 강달러로 인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급속도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금융시장은 채권시장 경색,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급증 건설 PF 부도 위험 증가 등 이미 위기 경고등이 켜지고 있고 부동산시장 추락, 성장률 급락 등 실물경기도 위기 국면이다. 이런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되 소폭씩 올리는 매우 조심스러운 통화정책 운용이 전망된다.

미국 금리 인상 시작 후 한국은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외채가 증가하는 등 외환건전성이 약화되고 있다. 작년 10월 4692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11월 말 4161억 달러로 감소했다. 외채는 2016년 4분기 말 3821억 달러를 저점으로 계속 증가해 금년 3분기 말 639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다 최근 시진핑 3연임 확정 후 발생한 차이나런과 기관투자자 환헤지 비율 상향 조정 권고 영향으로 다행히 10월 하순 하락 안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영향을 반영하여 11월 중에는 외환보유액도 소폭 증가하고 3분기에는 외채도 소폭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도 10월 24일 1439.8원을 정점으로 하락을 지속해 12월 14일에는 1296.3원까지 하락해 안정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차이나런은 시진핑 3연임 확정 후 중국 경제 폐쇄 강화 우려로 대중국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어 그중 일부분이 한국으로 옮겨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국 자본시장 육성정책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공적 기관투자자 환헤지비율 상향 조정 권고가 외환시장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사학연금 등 4대 연기금과 행정공제회, 교직원공제회 등 7대 공제회, 우정사업본부까지 12곳 전체 해외 자산이 약 40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이 334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환율 변동에 대해 이러한 공적 기관투자자 환헤지 비율을 10% 상향 조정하면 400억 달러 정도 외화 공급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금리를 연이어 올리고 있으나 당분간은 미국 금리 추가 인상이 예상되므로 한·미 간 금리 차이가 확대되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달러 환율 상승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데 차이나런과 기관투자가 환헤지비율 상향 조정 권고 영향으로 외자가 유입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볼 때 한국은 과도하게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위기 경고등이 켜진 금융시장과 실물경기를 감안해 소폭 조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금리정책 하나만으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

이처럼 미국에서 폭은 조정되겠지만 여전히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경기 진작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폭을 줄이면서 외환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가 정책당국이 직면한 과제다. 차이나런과 기관투자가 환헤지비율 상향 조정 권고 영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다른 대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투자공사(KIC)는 외화자산 2050억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외환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한국투자공사 외화자산 2050억 달러에 대한 환헤지 또는 필요시 긴급 사용할 수 있는 유동성 확보 대책이 가용할 수 있는 대책 중 하나로 생각한다. 또 약 600억 달러로 추산되는 우리 국민의 해외 주식을 매각해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면 양도세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현재 소득세법은 내국인이 1년간 해외 주식을 매매한 내역을 합산해 각종 비용을 차감한 양도차익에 대해 20% 세율(주민세 포함 시 22%)로 양도세를 부과하고 있다. 기업이나 금융사들이 해외에 보유한 자금을 국내로 들여오거나 외국계 기업이 국내로 자금을 들여올 때 금융·세제 등 측면에서 혜택을 주는 방안이나 기업들이 해외 자회사가 보유한 배당금을 비과세하는 정책도 검토해 볼 만한 대책이다. 경기는 침체 경고가 연이어 나오고 금융시장도 살얼음판은 걷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리 인상도 폭은 조절되겠지만 여전히 지속될 전망이어서 한은 금리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오정근 필자 주요 이력 ​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