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석 앉았다 '화들짝'...광주지하철의 실험

2022-12-12 09:17

임산부 배려석 위에 부착된 센서 [사진=광주 도시철도공사]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아니라면 임산부를 위해 자리를 비워주세요"

광주 지하철 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면 흘러나오는 음성 안내다. 임산부 배려석에 임산부가 아닌 승객이 앉아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주 도시철도공사는 이같은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은 배려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12일 광주 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 9월 차량 2대에 2개씩, 모두 4개 임산부 배려석 위에 적외선 센서를 설치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승객이 앉으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임산부 배려석에 앉으셨습니다. 임산부가 아니시라면 임산부를 위하여 자리를 비워지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내보낸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센서 설치 소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맘카페 회원들은 "버스로도 설치가 확대됐으면 좋겠다", "전국적으로 확대돼 다른 도시에서도 센서가 도입되길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임산부 배려석 위에 설치된 센서 사진을 찍어 올린 뒤 "방금 남자가 앉자마자 '고객님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습니다'는 음성 메시지가 나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니 남자는 눈치보다 당황하며 허겁지겁 도망쳤다"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은 배려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법적으로 강제성이 없는 임산부 배려석에 이런 장치를 굳이 단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득을 보는 건 센서를 만든 업체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다른 누리꾼도 "센서 설치로 인해 임산부 배려석이 배려 아닌 강요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광주 도시철도공사 측은 "직원들이 임산부 배려 정책을 고심한 끝에 시범적으로 운용하기로 했다"며 "시민 반응과 여론을 파악해 공식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